최근 북한 청년들 속에서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년들은 결혼 후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새 삶을 꾸려나가기를 원하지만, 경제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아 결혼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11일 함경북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최근 청진시에서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청년들이 많다”면서 “갈수록 어려워지는 생활난과 경제난에 제집 마련할 희망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청년들은 결혼할 때 집을 마련하는 문제를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있다.
여성들은 시집살이하면 시부모를 모시며 남편을 뒷바라지해야 하고, 처가살이하는 남성들의 경우에는 직장에 출근은 하지만 배급과 생활비(월급)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사실상 무보수 노동을 하는 상황이라 처갓집 식구들의 눈칫밥을 먹으며 ‘사위는 집안 손님’이라는 비아냥을 듣기 때문에 결혼 후 따로 사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녀가 결혼하면 시집(또는 처가)살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지만, 요즘 청년들은 서로가 불편한 상황을 겪지 않으려 신혼집이 마련되지 않거나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으면 아예 결혼하지 않으려 하는 풍조가 강하다는 전언이다.
이렇듯 결혼을 꺼리는 경향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가족의 생계를 여성들이 책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성들보다 여성들 속에서 결혼을 거부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고, 신혼집 마련 등 일정 조건이 갖춰지기 전에는 결혼을 서두르지 않으려 하는 것이 요즘 청년들의 세태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실제 청진시에 사는 20대 여성 최모 씨는 “집 마련도 안 된 상태에서 결혼하는 것은 호박 쓰고 돼지굴(돼지우리)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며 “시장에 나가 혼자 입벌이(밥벌이)도 하기 힘든 형편에 시집의 생계까지 책임지면서 결혼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19년 결혼해 한 칸짜리 방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30대 남성 김모 씨는 “생활이 어려울수록 분가해서 살아야 죽을 먹어도 마음 편히 살 수 있다”며 최근 월 300위안짜리 동거집(셋방)으로 분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 청년들 속에서 나타나는 결혼 기피 현상은 경제난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내부에 유입된 한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남조선(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본 청년들 속에서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삶을 꾸려가고 싶은 심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