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출판물 유포·판매한 20대女에 징역 20년…자비 없는 처벌

한류 등 외부 문화 차단에 총력 기울이는 北… "섬멸전을 말로만 하지 않겠다는 것 보여줘"

북한이 불순 출판선전물을 대량으로 유통시킨 혐의로 체포된 20대 여성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데일리NK

북한이 불순 출판선전물을 대량으로 유통시킨 혐의로 체포된 20대 여성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 노래 등 한류 유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외부 문화를 즐기고 동경하는 청년들이 줄지 않자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6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초순 개천시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가 담긴 USB, SD카드를 대량으로 유통시킨 20대 여성 최모 씨가 개천시 82연합지휘부(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 연합타격대에 체포됐다.

소식통은 “국가 미승인 녹화물 불법판매 및 유통 혐의에 태양절(김일성 생일, 4월 15일)을 앞두고 외부 문화를 조장한 혐의가 추가되면서 최 씨는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태양절 110주년을 앞둔 상황에서 불순 출판선전물을 판매하다 체포된 만큼 최 씨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됐다는 전언이다.

최 씨는 82연합지휘부 조사에서 불순 출판선전물에 해당되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수년간 불법판매 및 유통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담긴 SD카드의 경우 개수에 따라 20~70달러에 판매해왔고, 심지어 명절이나 생일 등에 모인 친구들과도 함께 이를 시청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한 바 있다. 지난해 본보가 입수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남조선의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등을 직접 보고 듣거나 유입, 유포한 자는 5년~1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제27조)며 ‘정상에 따라 무기 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북한이 최 씨에게 법률상으로 규정된 유기형(최대 15년)의 기간을 넘는 형량을 선고한 것은 주민들에게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행위에는 보다 강한 처벌이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공포감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렇듯 북한은 체제를 위협하는 주민들의 자본주의 문화 노출 원인이 외국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거나 판매하는 이들에게 있다고 보고, 관련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법을 제정하면서 강도 높은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영화,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담긴 USB와 SD카드가 공공연하게 유통되자 강력한 처벌로 체제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절대로 묵과하거나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최 씨의 경우 체포된 지 열흘 만에 관련 조사와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최근 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양 사업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발된 사건이라 최 씨가 강한 처벌을 받게 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정부가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섬멸전’을 말로만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남조선(남한)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서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검열과 단속 강화에도 대담하게 외국영화가 들어있는 USB나 SD카드를 팔거나 구입해왔던 주민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소 몸을 웅크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