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남측 시설을 빠르게 철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체된 시설물에서 나온 폐기물을 재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5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달 말까지 해금강호텔의 해체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해체된 자재들은 대부분 소각하고 있으며, 고철은 제강연합기업소 등 금속 공장으로 수송하고 있다고 한다. 시설이 너무 노후돼 재활용할만한 자재가 많지 않지만, 고철은 가치가 충분해 재활용할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1만 1958t 규모에 길이 89.2m, 폭 27.6m로 설계된 해금강 호텔은 호주의 한 사업가가 1980년대 말 4500만 달러를 투자해 건설한 수상 호텔이다. 초기에는 호주에서 운영되다가 베트남에 팔리면서 호치민시에 자리를 잡고 재개장됐다.
이후 2000년 10월 현대상선이 이를 국내에 도입해 금강산으로 옮겼고, 2001년에는 현대아산이 약 130억 원에 매입해 호텔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북한이 해금강호텔을 해체한 후 어느 정도의 고철을 수거했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시설 해체 과정에서 나온 파철(破鐵)을 요긴하게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국제 고철 가격이 t당 60만원 선을 넘는 등 지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해체한 남측 시설에서 파생된 고철을 가치로 환산하면 상당한 금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의 금속, 철강 제품 수입은 금지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수입 원료인 코크스 없이 무연탄을 이용해 철강을 만드는 이른바 ‘주체철’ 생산을 확대한다는 목표에서 수십 년간 해당 분야에 연구 인력을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철강 생산량과 품질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북한은 주민들에게 파철 수집 과제를 조직적으로 하달하며 재자원화를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후 자력갱생·자급자족 노선을 강화하면서 그 성과로 건설과 핵무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어 철강재의 필요성이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소식통은 “조선(북한)에서 철강이 필요한 부문은 딱 두 곳 밖에 없다”며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건설과 같은 건설 현장 아니면 무기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에서 파철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19일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7층 높이의 해금강호텔은 윗부분이 모두 사라져 1~3층만 남았고, 건물 앞쪽 공터에 건축 폐기물이 쌓여 있는 것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금강산 내 또 다른 남측 시설인 아난티 골프장 리조트 단지도 중심부 건물을 포함해 숙박시설 등 8개 건물이 모두 해체돼 현재 콘크리트 골조만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통일부는 이달 들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금강산지구 내 남측 시설 해체 및 철거 동향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여태 묵묵부답인 상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시설 해체 통보를 이미 (남측에) 했기 때문에 시점은 우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며 “해체 작업을 위해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문화관광국과 백두산건축연구원, 7총국과 실무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던 중요 사안이기 때문에 비준이 내려온 이상 명령이 완수될 때까지 과정이 단숨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