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랑군서 ‘해상 탈북’ 시도 혐의로 붙잡힌 주민들 공개재판 받아

북한 강원도 원산시 앞바다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민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함경북도 어랑군에서 해상 탈북 시도 혐의로 붙잡힌 주민들과 그 관련자들에 대한 공개재판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얼마 전 어랑군 수산사업소에서 선주와 선원 1명이 배를 타고 나갔다가 해상 도주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해상경비대와 보위부에 붙잡혔다”며 “이후 이들은 물론 수산사업소의 간부들도 이 사건의 공범자로 지목돼 다 함께 공개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공개재판은 지난달 20일 어랑군의 어대진노동자구의 국숫집 앞마당에서 어랑군 수산사업소 간부들과 노동자들, 주변 주민들이 전부 모인 자리에서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먼저 선주와 선원 1명이 3월 초에 새로 만든 배를 시험한다면서 바다로 나갔다가 출입구에서 해상경비대와 보위부에 단속됐고, 해상 탈북을 시도하려던 것으로 인정돼 붙잡혔다는 점이 언급됐다.

당시 해상경비대와 보위부는 배를 뒤지다가 발견한 문건을 통해 배의 마력이 국가 규정보다 더 큰 것에 의문을 가졌고, 배에 며칠을 먹을 수 있는 쌀과 밀가루 간식, 군용 나침판, 세계지도 등 미심쩍은 물건들도 실려 있어 ‘가까운 바다로 시험 운항하고 돌아오려 했다’는 진술의 신빙성에도 의심을 품었다.

그러다 배 선창 밑에서 기름종이에 쌓여 있던 전원이 꺼진 상태의 중국산 휴대전화까지 발견되면서 사안은 더욱 엄중하게 다뤄졌다.

결국 해상경비대와 보위부는 선주와 선원이 탈북을 시도하려 했던 것이 틀림없다고 보고 이들을 즉시 도 보위국으로 압송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조사에서 선주와 선원은 삼촌과 조카 사이로 밝혀졌으며, 따로 분리된 채 진행된 심문에서 이들은 코로나19 방역으로 바다에 나가지 못해 많은 돈을 빚지게 되면서 배를 든든한 것으로 새로 마련해 남한이든 일본이든 되는 대로 가려고 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어랑군 수산사업소 후방부 지배인과 담당부원도 이번 사건의 연관자들로 붙잡혀서 공개재판 무대에 세워졌다. 이들은 규정보다 더 큰 마력의 배를 만들도록 승인하고 사업소에 등록할 때는 마력을 줄여서 등록해 준 것으로 공범자로 지목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재판에서는 이들의 죄과에 대해 낱낱이 공개하면서 이는 함경북도의 수치이자 어려운 시기에 참고 견디고 있는 주민들에게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 비판하고, 단단히 총화해 혁명의 배신자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히 말했다”고 전했다.

재판은 선주와 선원을 다시 도 보위국에 넘기고, 함께 끌려 나온 수산사업소 일꾼 2명은 군 안전부에 일반사범으로 넘긴다는 판결로 끝이 났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한편 도 보위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랑군 수산사업소에 대한 집중검열을 시작했으며, 사업소에 등록된 배들을 전부 조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