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액화석유가스(LPG), 부탄가스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인한 전 세계적인 에너지원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데일리NK의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LPG(20kg)는 평양 37만 7,000원(북한 원), 신의주 37만 원, 혜산 38만 5,0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초 해당 지역의 LPG 가격은 각각 28만 9,000원, 28만 5,000원, 29만 원이었다. 이후 북한 내 LPG 가격은 꾸준히 올라 반년 사이 약 30% 정도 상승했다.
북한 주민들 상당수는 난방과 취사에 같은 에너지원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난방 수요가 발생하는 10월 초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각종 에너지원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3월부터는 하락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러나 올해는 LPG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다르게 계속해서 가격이 올랐으며 상승폭도 상당히 컸다.
일부 주민들이 취사용으로 사용하는 부탄가스의 가격도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본지 물가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북한의 부탄가스 1통(320g) 가격은 평양 9,000원(북한 원), 신의주 9,000원, 혜산 9,5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초 해당 지역의 부탄가스 가격은 각각 5,500원, 5,400원, 5,800원이었다. 반년 만에 가격이 약 63% 올랐다.
부탄가스 역시 LPG와 마찬가지로 3월에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을 닫고 있는 북한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천연가스를 제대로 수입하지 못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국제 가격 상승과 무역 결제 수단인 달러와 위안화 환율 상승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해당 지역의 달러와 위안화 환율(20일 기준)은 지난해 9월에 비해 각각 15~18%, 16~19% 올랐다.
이에 반해, 북한이 자체적으로 수급이 가능한 난방 연료인 석탄(구멍탄) 가격은 겨울철 적게는 20%, 많게는 60%까지 올랐다가 날이 풀리면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석탄은 북한 주민들이 LPG보다 난방 연료로 더 선호해 수요가 많아도 내부에서 충분히 공급할 수 있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안정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북한은 요동치는 에너지 물가를 잡기 위해 강력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본지는 최근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의 검찰 소조가 연유(燃油, 휘발유나 디젤유)를 판매하는 개인 장사꾼들을 대상으로 ‘소탕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北, 개인 연유 장사꾼 ‘소탕전’…가택 수사에 기름도 ‘무상 몰수’)
이번 단속은 장사꾼들이 가격상승을 부추긴다는 판단과 이들의 물품을 압수해 국가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유가를 관리하면서 체제 이완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북한은 쌀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각종 통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에 주민들이 난방, 취사 등에 활용하는 LPG와 부탄가스 가격 안정화를 위한 조치도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