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 대놓고 ‘촌지’ 요구한 교사, 결국 학교서 공개 비판 받아

3·8절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 쌀 요구…학부모들 "세외부담 시킨다" 신고에 문제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8일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에서 각종 행사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교사들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 함경남도 함흥시의 한 교원이 학생들에게 노골적으로 촌지를 요구한 일로 공개 사상투쟁 무대에 올라 비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지난 12일 함흥시 제1고급중학교에서 40대 교사 이모 씨를 대상으로 공개 사상투쟁 회의가 진행됐다”면서 “3·8 부녀절을 맞아 학생들에게 세외부담을 강요한 것이 도 교육부에 신고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세계 여성의 날인 매년 3월 8일을 국제부녀절이라 부르며 기념하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이날 가족과 학교, 직장 등에서 여성들에게 축하의 의미로 꽃다발이나 선물을 주는 문화가 있다.

특히 소학교(초등학교)와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돈을 모아 교사들에게 꽃다발과 옷, 신발 등 물질적인 선물을 하거나 그 외 다양한 방식으로 감사의 뜻을 표한다.

그런데 이 씨의 경우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에게 대놓고 선물을 강요해 문제가 됐다.

그는 학급장과 초급단체 위원장을 불러놓고 ‘조금 있으면 3·8절인데 선생님에게 무엇을 해주겠느냐’ ‘다른 학급들에서는 학생 한 명당 만 원씩 걷고 있다는데 우리 학급이 지면 되겠느냐’면서 학생당 5000원씩 부담하도록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정형편이 좋은 학생 6명을 따로 불러 개별적으로 쌀 5kg씩 자신의 집에 가져다 놓을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씨가 담당 학급 학생들에게 돈과 식량을 요구하자 학부모들은 지난 9일 ‘이 교사가 3·8절을 명분으로 학생들에게 세외부담을 시켰다’며 도 교육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교육부에서는 즉시 해당 교사인 이 씨와 교장을 불러들여 진상 파악에 나섰고, 이후 학교에서 이 씨에 대한 공개 사상투쟁회의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사상투쟁회의는 조직별 생활총화 시간에 문제가 제기된 사람을 세워 두고 한 명씩 돌아가면서 그의 잘못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 12일 해당 학교에서는 도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공개 사상투쟁회의가 소집됐고, 이 씨는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은 것에 더해 지금도 도 교육국에 매일 출근해 비판서를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소식통은 “해당 교원의 생활 형편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학생들에게 식량 선물을 요구했겠느냐”며 “교사들의 배급도 보장해 주지 않는 당국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식통은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학부모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교사들은 학교에도 제대로 출근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세외부담을 시킨다고 교사들을 추궁하기 전에 그들에 대한 생활문제부터 해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