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비상방역지침’, 보위부 역할 강조…주민 통제 강화 확인

의진자·소독·방역 등 전반 사항, 보위부 보고 체계 명시...소식통 "일종의 공포정치"

최근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옛 중앙비상방역위원회)가 각 지방에 하달한 ‘비상방역지침서’를 본지가 입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올해 ‘1순위 국가사업’으로 내세운 북한이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지침서에 따르면, 비상방역사업에서 지켜야 문제는 총 15가지로 구성됐다. 여기서 일단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지침에 따라 도(道) 보위국을 비롯한 시(市), 군(郡) 보위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문구가 주목된다.

실제 당국은 코로나 관련 업무를 보위국에 보고하는 체계를 세웠다. 예를 들어 체온 재기 사업에서 유열자(발열자 37도)가 발생하는 경우다.

이때 도 지휘부는 도 보위국 군의소에서 시, 군 보위부는 군무자가 거주하고 있는 진료서(병원) 담당의사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 정형을 해당 부서 또는 시, 군 보위부 위생지도원에 알려야 한다. 또한 이후 도 보위국 비상방역연대 방역부에 제때 보고토록 했다.

이는 모든 지휘를 국가보위성이 책임을 맡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기구가 주민의 사상과 동향을 감시해왔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이 방역을 명목으로 주민 관리·통제를 강화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국경을 봉쇄하고 이동을 전면 통제하면서 주민들의 불만과 반발이 만만치 않다”면서 “따라서 중앙의 비상방역 권한을 국가보위성에 넘겨 비상방역 지침을 어기면 정치범죄자로 규정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일종의 공포정치로 전환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서는 언급되지 않는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방역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북한은 지난해 8월 중앙비상방역위원회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로 격상시켰지만 이를 외부에 알리지는 않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정상국가 이미지를 위해 외적으로 중앙비상방역지휘부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내적으로는 국가비상방역사령부로 명명하고 보위부를 주민 통제의 1선에 내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소독’과 ‘방역’ 및 ‘의학적 감시’ 강화에 관한 지침도 구체적으로 담았다.

먼저 일상 생활에서 소독과 방역을 생활화 하고 위생과 관련한 선전 사업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모든 관련 사업을 도 비상방역연대에 보고해 기록하도록 했다.

특히 “대상건설과 체육 및 예술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는 데 맞게 방역대책을 철저히 세울 데 대하여”를 강조했다. 이는 평양 화성지구 살림집 건설 및 김일성 생일(4월 15일) 110주년 행사에 많은 주민을 동원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코로나 의진자(의심환자)를 관리하는 임시격리실을 꾸리는 사업을 진행하라는 지시도 담았다. “임시격리실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장소로 정하며, 침구류(2조), 난방조건, 식생활조건 보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