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휴대전화 쓰다 붙잡힌 삼수군 부부, ‘정치범’으로 낙인찍혀

북한 양강도 혜산시 전경. /사진=데일리NK

외국산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보위부에 단속된 양강도 삼수군의 한 부부가 정치범으로 낙인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삼수군에 사는 45살, 38살 부부가 오래전부터 외국산 손전화기(휴대전화)를 비법(불법)적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보위부의 감시망에 걸려들어 지난 9일 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재판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 성원들과 보위부의 참여하에 삼수군 문화회관에서 열렸으며, 판결이 내려진 뒤의 법적 처리는 보위부에 맡겨졌다.

이날 재판에서 보위부는 이들 부부가 주로 아내의 친정집이 있는 보천군에 와서 불법 외국산 휴대전화를 사용했는데, 지난해 9월 아내가 친정집의 개인 뙈기밭(소토지)에서 전화를 하다 보위부의 전파탐지기에 파장이 잡혀 연행되면서 이들의 간첩 행위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위부는 앞서 도 보위국이 삼수에 있는 부부의 집과 보천의 아내 친정집을 전부 가택수색 했고, 친정집 감자움 지하에 꼭꼭 숨겨진 당장 쓸 수 있는 중국산 휴대전화 5대를 발견해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수한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내용을 전부 복구해 분석했다면서 이들 부부가 내부동향이나 주민들 사이에서 오가는 소문, 심지어 각종 문서들까지 모두 사진으로 찍어 보낸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언급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면서 보위부는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서 내용을 지운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며 몇십 년 전 기록까지 다 살려낼 수 있다고 경고해 주민들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보위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10여 년간 삼수에서 일어난 두 번째로 큰 간첩 사건이라며 이 부부를 적들의 반공화국 압살 책동에 동조한 한 줌도 못 되는 현대 고용간첩으로 낙인하고 정치범으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부부는 물론 이들의 12살 된 아들까지도 정치범수용소에 가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보위부는 국가 비밀을 팔아 목숨을 부지한 이들의 더러운 돈으로 도움을 받고 산 친척 6세대도 전부 국경에서 퇴거 조치해 가족 단위로 백암군의 후미진 산골로 추방시키겠다고 선포했다고 한다.

다만 재판을 지켜본 삼수군의 주민들은 보위부가 간첩 사건을 자주 만들어내 주민들에게 공포를 주니 실제로 이런 어마어마한 사건이 일어났는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