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화성지구 1만세대 건설 착공식이 열린 뒤 평양의 돈주(錢主)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어진 송신·송화지구에 비해 화성지구가 지리적으로 이점이 있는 만큼 돈주들이 적극적인 투자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평양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돈주들은 송신·송화보다 화성지구가 지리적으로 좋아 앞으로 집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서 훨씬 전망이 밝다고 보고 있다”며 “그래서 지금 돈주들은 지방 대도시 돈주들에게까지 손을 벌려 투자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12일 열린 착공식 현장에서 화성지구 살림집 건설의 시작을 알리며 “태양의 성지 가까이에 위치하고 9·9절 거리와 잇닿아있는 화성지구에는 앞으로 3년 안팎에 수만 세대의 살림집과 공공건물, 봉사시설들이 들어앉은 웅장한 거리들이 일떠서고 새 주민행정구역이 생겨나게 된다”고 말했다.
화성지구가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인근이라는 점을 강조해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지역임을 강조한 것이지만, 돈주들은 그보다는 중심구역으로의 접근성이나 장사 활동에 유리한 조건 등을 따져보면서 투자 가치를 매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평양시 북동쪽 대성구역에 조성되는 화성지구는 평양시 남동쪽 사동구역의 송신 ·송화지구에 비해 중심구역 중에서도 노른자 땅으로 여겨지는 중구역으로의 접근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화성지구는 북한 전역으로 뻗어나가기 좋은 간리역도 비교적 가깝고 북한 최대 도매시장이 있는 평안남도 평성시로 나가기에도 용이해 장사하기에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식통은 “국가가 주는 배급이나 생활비(월급)만으로 살 수 있는 간부들 외에는 거의 8·3벌이(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조건으로 매달 일정액을 납부하고 비공식적으로 장사 등의 경제활동을 하는 것)하거나 색시들이 장사로 먹여 살리는 게 평양시도 마찬가지”라며 “그러니 장마당과 가까운지, 장마당으로 가는 벌이버스 주차장이 가까운지가 집값이 올라가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수산태양궁전을 바라본다고 저절로 쌀이 떨어지겠느냐”면서 “살림집 건설에 투자해 돈을 벌려는 돈주들도 결국에는 장사하는 데 좋은 곳인지를 먼저 따질 수밖에 없고, 그런 면에서 화성지구는 평성과 거리가 가까운 게 가장 큰 이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돈주들은 김 위원장이 직접 착공식에 나온 만큼 화성지구 살림집 건설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가 도중에 중단되거나 계획이 틀어지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 투자해서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자기 돈 있는 돈주들은 자기 돈으로 맘 놓고 투자하고 그렇지 않은 돈주들은 지방 대도시의 돈주들에게 고리대로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하려 하고 있다”며 “지방 대도시 돈주들은 원수님(김 위원장)이 보증해준 셈이고, 봉쇄 때문에 언제 다시 밀수로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니 일단 빌려달라는 요청에 쉽게 응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소위 부동산 투자로 이득을 챙기려는 돈주들은 이번 화성지구 살림집 건설을 하나의 기회로 여기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은 또다시 노력 동원과 세부담에 시달릴 것을 우려하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나라에서 지원이요 뭐요 하며 돈을 바치라 요구하고 나가서 일도 해야 한다며 벌써부터 들볶일 생각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며 “그래서 주민들 속에서는 하나(송신·송화지구) 입사도 똑바로 못했는데 왜 계속 벌려만 놓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방의 주민들도 이 소식을 반기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송신·송화지구 살림집 건설 때도 전민이 동원됐는데 심지어 이번에는 금수산태양궁전 쪽에 더 멋들어지게 짓겠다고 하니 지방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부담해야 할 몫이 이전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