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참석한 설 명절 경축 공연 영상이 북한 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주민들은 특히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의 한복을 입은 모습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11일 “리설주가 설 명절 경축공연 때 입고 나온 선복(한복)은 새조국건설시기 김정숙어머님(김일성의 처)께서 입으셨던 검정색 치마에 짜지색(자주색) 저고리와 똑같은 것”이라며 “리설주가 선복을 입은 것을 보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김정숙어머님이 떠오른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된 관련 영상에는 김 위원장 옆에 나란히 앉은 리설주의 모습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리설주는 지난해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일 계기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이후 145일 만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는데, 더욱이 한복을 입고 나오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지난해 5월 5일 군인가족 예술소조 공연, 4월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경축 중요예술단체 합동공연, 2월 16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 기념공연과 2020년 1월 25일 설 명절 경축공연 때도 김 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으나 당시에는 한복이 아닌 정장을 입고 나온 바 있다.
리설주가 한복을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2년과 2016년 각각 ‘광명성3호’ 발사와 ‘광명성 4호’ 발사를 기념해 마련된 연회 때도 같은 색감의 한복을 입고 나왔다. 그러나 주민들은 김일성 생일 110주년, 김정은 생일 80주년을 맞는 올해 설에 김정숙을 연상케 하는 한복을 입고 나온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실제 북한 내에서는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수령님과 장군님의 뒤를 이으신 것처럼 리설주 여사도 김정숙어머님의 뒤를 이으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특히 소식통은 “중앙당 간부들이나 선전선동부 일군들 속에서는 원수님 10년 영도를 공고히 했으니 이제는 아내 리설주 여사의 김정숙어머님화를 다그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며 “사회주의 조선의 어머니이자 항일의 여성영웅 김정숙어머님의 계주봉(배턴)을 리설주 여사가 이어 받아 조선의 어머니로서의 영상을 나타내게 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연이 끝나고 원수님께서 공연자들을 격려하실 때 리설주 여사를 먼저 앞세워 인사하게 하신 것을 두고서도 사람들은 김정숙어머님처럼 조선의 어머니로 내세워주고, 존중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의 생모인 고용희가 다시금 소환되고 있다고 한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수령의 계보가 이어졌다면 마찬가지로 조선의 어머니 계보는 김정숙-고용희-리설주로 이어져야 하는데, 고용희는 김정숙처럼 높임과 칭송을 받는 것도 아니고 업적이 알려진 것도 아니며 심지어 묘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 때문에 간부들은 리설주 여사의 김정숙어머님화는 원수님의 가장 가슴 아픈 부분과 연결돼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오직 장군님과 자제들밖에 몰랐던 어머니의 헌신이 드러나지 못한 것에 대한 가슴 아픔, 그리고 자식들에게는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이 있지 않으시겠냐는 말”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영상에는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김 위원장의 고모 김경희도 등장한다. 김경희는 지난 2020년 1월 25일 삼지연극장에서 진행된 설 명절 경축 공연 당시 김 위원장 부부와 나란히 관람석에 포착된 이후 2년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수령님에 대한 애정이 있는 주민들은 수령님의 딸인 경희동지가 일어서서 열심히 박수치는 것을 보고 ‘얼마나 초절임을 해놨길래 만경대 가문의 혈통이 일반 사람들처럼 일어서서 박수를 치겠느냐’면서 어이없어 했다”며 “원수님이야 그렇다 쳐도 평민 출신인 리설주를 향해서까지 박수치는 모습은 제발 안 내보내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중앙당 조직지도부는 설 명절 경축 공연과 설 계기에 공개한 새 기록영화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에 대한 각계각층 주민들의 반향을 듣겠다면서 조직별로 시청 소감을 적은 ‘반영글’을 받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민들은 ‘반영글에다 자기 속에 있는 소리를 쓸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내적으로 비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주민들은 기록영화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려워 살아가기도 힘든데 누구는 말 잔등에 올라 웃음 짓는다고 코웃음을 치면서 저런 것을 인민들 보라고 기록영화로 내보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악밖에 안 남는다고 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