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드라마 본 고위간부 아들도 제대시켜 정치범수용소에 가둬

소식통 "당국, 통보자료에 담아 간부들에게 배포...경각심 고취 의도"

지난달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정치국회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위반한 고위 간부의 일가족을 정치범수용소에 수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배격법을 근거로 간부들을 향해 칼을 빼어들면서 공포정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평양 소식통은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9일 평양시 간부의 일가족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위반해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는 내용이 담긴 통보자료를 간부들에게 배포했다”고 전했다. 

자료에 따르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간부는 평양시 보위부 책임일꾼으로 20대 자녀 A 씨가 지속적으로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불법 저장장치를 유통한 것으로 알려져 관리소형을 선고받았다.

특히 북한 당국은 군복무 중이던 책임일꾼의 또 다른 자녀까지 강제로 전역시켜 정치범수용소에 보냈다.   

A 씨는 친구들과 한국 드라마를 함께 시청했는데, 이들 중 한 명이 다른 사람에게 한국 드라마의 줄거리를 얘기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처음 신고는 당조직을 통해 들어왔는데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를 단속하는 82연합지휘부가 아니라 검찰소가 나서서 일가족을 체포하고, 이후에 82연합지휘부가 해당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조사 결과 A 씨는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이 담긴 불법 저장장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인을 통해 해외 영상물을 접하기 시작했는데, A 씨를 통해 외부 영상물을 시청한 사람이 5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은 A 씨에게 불법 저장장치를 판매한 B 씨를 검거하기 위해 공개수배령을 내렸지만 그는 이미 자취를 감춘 상태다. 

한편, 이들이 수감된 정치범수용소는 함경북도 청진시 수성동에 위치한 25호 관리소로, 이곳에 들어가면 곧 죽음이라고 인식될 정도로 악명이 높다. 

당국이 간부의 일가족을 정치범수용소로 보낸 데다 그 내용을 통보자료에 담아 간부들에게 일괄적으로 배포하자 북한 내부에서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근거로 간부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초에도 국가보위성 간부의 대학생 자녀가 한국 드라마와 시사물 등 외부 영상물을 봤다는 이유로 교화소 15년형을 선고 받고 그 가족은 오지로 추방됐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국가보위성 간부도 연좌제?… “南 드라마 시청 아들 때문에 해임”)

북한이 연이어 간부들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데다 온 가족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고위 간부의 사례를 사상교양 시간에 공개한 것은 간부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 다른 고위급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민족최대 경축기간으로 정한 2월 16일(김정일 생일·광명성절)부터 4월 25일(조선인민군 창건일)까지 어떠한 정치적 비리나 불미스런 사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검열과 통제 및 사상교양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지난달 19일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정치국회의에서 김일성 생일 110주년과 김정일의 생일 80주년을 성대히 경축하기 위한 당과 국가기관의 임무가 상세하게 포치(지시)된 정치국 결정서를 채택했다. 

북한 당국이 간부 처벌 사례를 자료로 만들어 배포한 것은 이 같은 정치국 결정서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우(위·당국)에서는 결국 불법 영상물을 찾아보고 유통시키는 사람들은 권력이 있는 간부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집중 단속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