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위성 간부도 연좌제?… “南 드라마 시청 아들 때문에 해임”

소식통 "김정은, 간부 자식도 법 피해갈 수 없게 하라"...통제 강화될 듯

본지가 입수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의 일부. 자료에는 “많은 양의 남조선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유입 및 유포할 경우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처벌받은 간부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간부들의 젊은 자녀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시청하면서 그 부모는 물론 형제, 자매들까지 연좌제 처벌을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28일 데일리NK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평양의 중앙당, 내각,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등 주요 권력기관 간부 중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의해 처벌받은 간부의 규모가 200여 명에 이른다. 

지방 간부들까지 집계하면 상당히 많은 인원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강등되거나 해임, 추방 등의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당국은 지난 2020년 12월 남측 영상·인쇄물 등의 반입과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했다.

이런 가운데,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검열을 주도하는 국가보위성의 간부가 최근 자녀의 불법 영상물 시청으로 인해 직위해제되고 가족들이 오지로 추방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평양외국어대학에 재학 중이던 국가보위성 부장급 간부의 아들 A 씨는 아버지와 친분관계에 있는 국가보위성 단속원들에게 검열 후 압수된 한국 드라마 등이 담긴 저장장치를 돈을 주고 샀다. 

A 씨는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이 같은 방법으로 외부 콘텐츠를 시청해왔는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함께 영상을 본 평양외국어대 학생은 A 씨까지 3명으로 남학생 B 씨와 여학생 C 씨가 포함됐는데, 여학생을 사이에 두고 A 씨와 B 씨의 사이가 틀어졌고 B 씨가 A 씨를 밀고하면서 역대급 간부 처벌 사건이 됐다. 

사건을 폭로한 B 씨의 아버지는 검찰소 간부로 아들이 해당 사실을 고백하며 자수하겠다고 밝히자 이들의 주거지가 아닌 다른 지역의 82연합지휘부에 고발하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A 씨의 아버지가 국가보위성 고위 간부이기 때문에 사회안전성이나 해당 82연합지휘부에 밀고하면 사건이 무마되거나 오히려 밀고자만 처벌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특히 자수하면 정상 참작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아버지가 직접 아들의 자수를 도와줬다고 한다.  

결국 A 씨는 교화 15년형을 선고 받았고 국가보위성 간부인 아버지는 강제 전역 조치됐다. 또한 가족들 모두 함경남도 장진으로 추방됐다. 

사건을 밀고한 B 씨는 단련대형 1년의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고 아버지는 평양시내 한 검찰소의 평검사로 강등됐다. 하지만 가족들이 추방된 것은 아니어서 정치적 직위가 완전히 박탈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불법 영상을 함께 본 C 씨는 교화 7년형을 선고받았고 가족은 모두 평안남도 온천군으로 추방됐다. 

이런 가운데, A 씨에게 불법 영상 파일을 건넨 평양시 모 구역의 82연합지휘부는 구성원 전체가 혁명화 조치를 받고 탄광에 배치됐고 해당 지휘부 전원이 교체된 상태다.  

한편, 사건이 알려진 후 북한 당국은 물론 주민들까지 적잖은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고위 간부 자녀들이 불법 행위에 직접 가담했을 뿐만 아니라 82연합지휘부가 압수된 불법 파일을 다시 돈을 주고 팔았다는 점 때문에 아연실색했다는 후문이다. 

주민들 역시 당국이 국경을 봉쇄한 후 2년 동안 물샐틈 없는 통제가 이뤄졌는데 어떻게 최신 드라마와 영화, 시사물이 포함된 외부 콘텐츠가 반입·유통됐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까지 보고됐고 김 위원장은 크게 격노하면서 “자기 자녀 하나 교양 못하는 간부는 인민들에게 호령질할 자격조차 없다”는 언급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사건을 직접 보고 받은 만큼 앞으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관련한 검열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