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탈북 가족 때문에”…김정일정치군사대학 졸업생, 전투원 임명 배제

북한군 특수부대 훈련
북한군 특수작전부대원들이 백령도.대연평도로 가정된 섬에 침투하는 장면. /사진=노동신문 캡처

최근 남조선(남한)에 탈북한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한 군인이 간부 임명에서 배제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을 졸업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반인 신분으로 고향 청진시로 돌아온 김 모(20대) 씨에 관한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일단 김 씨는 남다른 출신 성분으로 우여곡절 끝에 김정일정치군사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입학 후 힘든 훈련과 사상 교육을 견디며 졸업반이 됐다.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은 노동당 작전부 소속 대남공작요원 및 전투원(침투조)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특수 교육 기관이라는 점에서 훈련량이나 강도는 일반 인민군 특수 병종의 4~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졸업 4개월을 앞두고 가족 중 한 명이 탈북해 남조선에서 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전투원이 아닌 일반 보병부대 중대장으로 배치받았다는 전언이다.

북한 당국이 한국 거주 탈북민 가족들을 간부 등용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대남 침투와 침투루트 개척, 테로(테러), 암살 폭파 등을 주 임무로 하는 전투원 교육을 받은 김 씨에게 산골의 일반 보병부대 중대장 배치는 좌절과 실망 그 자체였다.

이후 김 씨는 밤낮으로 술을 먹고 병사들을 상습 폭행하면서 생활 제대(불명예제대)됐고, 결국 고향 청진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 씨 이야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촉망받던 인재가 하루아침에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냐는 것이다.

또한 김 씨가 항일 빨치산 출신 손자라는 좋은 토대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 증폭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탈북 가족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주민들이 늘어났고, 최근엔 ‘안됐다’라는 동정론과 ‘힘들게 키우고 가차 없이 버렸다’는 당국에 관한 비난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렇다고 입을 함부로 놀리기는 힘들다고 한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인물이기 때문에 김 씨는 요주의 인물이 됐고, 보위부가 관련 사상 동향도 면밀하게 체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편,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은 북한 지도상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외부에는 평양시 모란봉구역 평화 2동이라는 가짜 주소와 130연락소 또는 695군부대라는 위장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