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파견 폭풍군단서 총기 사건 발생…3개 대대 인원 전부 교체

폭행 당하자 홧김에 권총으로 쏴 죽여…동기훈련 후 국경 파견 군부대 대대적 교체 가능성도 거론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인근 초소. 초소 사이 북한 경비대원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 작전에 투입된 폭풍군단(11군단)에서 최근 총기 사건이 발생해 3개 대대 인원이 전부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함경북도 국경 연선에 파견된 폭풍군단 3개 대대 인원에 대한 교체가 지난 7~9일 사흘간 이뤄졌다”며 “이유는 이달 초 폭풍군단 현지 지휘부 소속 대대장 연락병(20대 초반, 중급병사)이 총으로 대대장과 군의(軍醫)를 쏴 죽인 사건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연락병은 지난 3일 밤 사택에 머물고 있던 대대장과 군의를 총으로 살해했다. 앞서 그는 일과 시간이 끝난 늦은 저녁까지 대대장과 군의의 이런저런 심부름을 했는데, 그중 군의가 요구한 것을 제대로 가져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때리자 홧김에 부대에서 대대장의 권총을 가지고 나와 두 사람을 잇따라 쐈다는 전언이다.

한밤중에 울린 총성으로 사택이 있던 마을에 큰 소동이 일었고, 현지에 주둔하는 국경경비대가 이를 알게 되면서 해당 사건은 국가보위성에 즉시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보위성이 바로 제의서를 올렸고 이후에 폭풍군단 전체를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져서 덕천(평안남도)에 있던 이들로 다 교체됐다”며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하는 해주(황해남도)-온성이라고 적힌 만대열차로 인원을 뽑았다”고 설명했다.

교체돼 사령부가 있는 덕천으로 되돌아간 폭풍군단 군인들은 현지에서 집중사상검토를 받고 있으며, 특히 이번 총기 사건의 당사자가 속해 있던 1개 대대 인원들은 수십 장의 자체검토서에 양강도와 함경북도에 파견돼 있을 당시 일과 외에 무엇을 했는지 일일이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2명을 숨지게 한 연락병은 사건 직후 밖으로 뛰쳐나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전봇대에 머리를 들이받았으나 경상에 그쳤고,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군 보위국(전 보위사령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형이나 무기형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양강도 국경 지역에 파견된 7군단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발생한 수면제 탈북 사건으로 가뜩이나 군인들의 사택 출입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에 폭풍군단 총기 사건까지 일어나자 7군단은 긴급강연회까지 열어가며 군인들을 더욱 단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국경경비대에 수면제 먹이고 탈북… “무조건 잡아라” 1호 방침까지)

이에 더해 북한은 국경 파견 내륙 군부대 지휘관들의 24시간 권총 휴대 지침을 바꿔 일과 후 무기를 반납하고 일과 시작 시 다시 무기를 수령하도록 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현지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동기훈련이 끝난 뒤 폭풍군단과 7군단 파견 인원을 대대적으로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은 “원래 작년부터 교체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이번에 사건이 터져서 1기전투정치훈련(동기훈련)이 끝나면 최종 명령이 떨어질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며 “폭풍군단과 7군단 교체와 동시에 국경경비대는 지역을 맞바꾸는 교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두만강 북한군 초소 풍서군
북한 양강도 국경 지역에 설치된 북한군 초소. /사진=데일리NK

한편 국경 봉쇄가 풀려 폭풍군단과 7군단이 돌아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국경 주민들은 올해 들어서도 이들 부대의 철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영원히 닫아매려는 잡도리다” “우리의 명줄을 자르겠다는 것이다” “안 떠난 것이 머저리다”라는 등 한탄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올해도 비상방역이 제1순위로 되면서 무조건 사격 방침이 다시금 강조됐고, 내적으로는 1년만 더 허리띠를 조이자면서 국경 4개 도(道) 주민들의 사상 의식 수준을 강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경 주민들은 1년 만이라고 하더니 벌써 2년이 지났다면서 다른 나라는 왁찐(백신)을 맞고 다 다닌다는데 왜 왁찐을 안 들여오냐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신의주-단둥 간 열차 운행으로 북중 간 물자교류가 재개된 다음날인 17일 ‘1950년대의 조국수호정신으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러 가지 왁찐들이 개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안정된 생활 환경에 대한 낙관과 신심을 가져다 주기에는 너무도 불충분하다는 것이 현 보건위기 실태가 새겨주는 진리”라며 방역 강화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