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탈레반에 무기 팔고 외화벌어”…불법 커넥션 드러날까 ‘노심초사’

소식통 “정상국가 인정 원하는 北, 폭도 옹호 불가...아프간 사태에 美비난만 이어갈 것”

재한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 가족들이 23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한국 협력자들의 구출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

북한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해 미국을 맹비난하면서도 탈레반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기본적인 외교 노선은 미국과 대립하는 세력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연대한다는 것이지만, 테러 집단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21일 홈페이지에 ‘중국과 로씨야(러시아),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초래한 미국을 신랄히 비난’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하고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의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며 “미국이야말로 세계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주범이며 긴장 격화를 초래하는 화근이라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또 다른 글에서도 “미국의 주도하에 서방이 벌린 ‘반테로(테러)전’의 후과는 테로 범죄에 의해 산생된 피해 상황과는 대비할 수 없게 엄청난 수자(숫자)를 기록하고 있어 사람들의 경악을 자아내고 있다”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 언급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반미 세력은 무조건 형제이지만 탈레반에 대해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면서 “정상국가도 아니고 임시로 정권을 잡은 폭도들을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인 조선(북한)이 나서서 도와줄 필요가 있겠느냐”고 언급했다.

탈레반과의 우호관계를 통해 얻는 실익이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서 인정받기를 원하는 북한이 테러집단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북한은 과거 탈레반에 무기를 밀매해 외화를 벌어들인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불법 커넥션이 드러날 가능성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탈레반에 소총, 기관총, 소격포, 수류탄 등 재래식 무기 상당량을 밀매했으며 심지어 무기 설계 도면까지 팔기도 했다.

북한과 탈레반의 무기 거래는 직접 거래가 아니라 개인과 브로커 간 간접 거래를 통해 이뤄지지만, 북한 당국은 밀매되는 무기가 탈레반에 들어가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현재 북한은 탈레반에 대한 이중적인 셈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탈레반은 강력한 반미 세력인데다, 탈레반을 통해 상당량의 외화벌이를 해왔기 때문에 북한이 이들에게 완전히 등을 돌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북한 당국이 탈레반에 대한 섣부른 우호 입장을 표명해 체면을 구기고, 불법 관계에 대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시위대는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앞세워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사진=InamKak62765267 트위터

이런 가운데, 일부 북한 주민들도 탈레반에 부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어 당국이 선뜻 주민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탈레반에 대한 당국의 입장을 밝히지 못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외부 소식을 접는 간부들이나 국경지역 일부 주민들은 탈레반을 개인 무장 집단 혹은 폭동 집단이라고 지칭하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일부는 탈레반의 무력 진압 및 통제를 북한 당국의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단속과 비교하며 “인민을 옥죄는 방식이 같다”고 비난했다.

한 북한 주민은 “여성들은 얼굴에 뒤집어쓰는 천(부르카)을 쓰지 않으면 돌아다닐 수 없고, 크게 처벌을 받는다던데 그런 단속이 반사·비사와 다른 게 뭐냐”며 “이 바쁜 농번기에 집을 뒤지고 길마다 검문하면서 사람들 쥐어짜는 방식이 똑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