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Out NK] 통신연락선 복원, 김칫국부터 마시면 안된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지난 27일 오전 통일부 연락대표가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남북한 당국이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에 통신 연락선을 복원했다. 북한 당국이 작년 6월 9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시비하면서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차단한 지 413일 만이다.

이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11시 브리핑에서 “남과 북은 7월 27일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됐던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라며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됐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북한도 같은 날 오전 11시 5분쯤 대외보도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수뇌(정상)분들의 합의에 따라 북남 쌍방은 7월 27일 10시부터 모든 북남 통신 연락선들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했다”라며 남북 간 통신선 복원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북남 수뇌들께선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주고받으신 친서를 통해 단절돼있는 북남 통신 연락통로들을 복원함으로써 호상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을 데 대해 합의하셨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와 국방부는 남북 간 연락 통신선 복원 합의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부터 각각 판문점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돼 있는 남북 간 통신선, 남북 군사 당국 간 서해지구 군 통신선의 정상 작동 여부를 시험(동해지구 군 통신선의 경우 기술적 문제로 연결을 지속 시도 중)했고, 이후에는 오전-오후 2차례에 걸쳐 북측과 정기 통화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번 남북 통신 연락선 재개는 판문점선언(4.27) 3년 즈음에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가 북으로 갔고, 5월 21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김정은으로부터 답신 성격의 친서가 남으로 왔다고 한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지난달 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남북 간 최근 의미 있는 소통이 이뤄졌다”라고 보고한 것도 두 정상 간의 친서 교환을 두고 한 말이었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양 정상 간 대면 접촉에 대해 협의하거나, 화상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한 바는 없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몇 차례 친서를 상호 교환하는 과정에서 우선 통신선을 복원해 남북 간 대화 통로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전문가는 북한이 통신선 복원에 합의한 것은 식량난과 코로나19에 따른 북한 내부 상황,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함께 내년 3월에 있을 한국의 대선까지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우발충돌이 발생할 경우, 모든 연락선이 단절된 상태에서는 상황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부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떻든간에,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19.2) 이후 저급한 언어를 동원하여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조롱해 온 북한이 일방적으로 단절했던 통신선을 다시 연결했다는 것은 대단히 긍정적인 변화라 하겠다. 특히 호재가 별로 없던 여권에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가뭄 깊은 대지에 소나기 소리처럼 시원한 소식이다. 격하게 환영한다”라고 밝혔듯이, 매우 반가운 뉴스일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통신선 복원에 대해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출발선’이니, ‘징검다리’니 하는 전제를 했지만, “통신선 복원의 최종 목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도달, 비핵화”라고 발언했는데, 다음 두 가지 면에서 ‘달콤하기 짝이 없는 일방적인 수읽기’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판문점회담(’18.4)에 이은 북미 정상의 싱가포르 회담(’18.6)까지만 해도 ‘혹시나’ 하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통한 북한 비핵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하노이 북미회담(’19.2)에서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라는 것과 함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김정은에게 전혀 효과가 없는 처방이었음을 확인했을 뿐이다. ‘역시나’였다.

이런 현실에서 ‘통신선 복원의 최종 목표가 비핵화’라고 발언한 것은 김정은에 대한 메시지라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의구심을 갖는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아마도 통신선 복원과 비핵화 사이를 연결하는 징검다리를 놓자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를 생각나게 할 만큼 인내심을 요구할 것이다. 더구나 지난 4년간 공들여 놓았던 몇 개의 징검다리마저 판문점 공동연락사무소 폭파(’20.6)로 없던 일이 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 아닌가!

둘째, 북한의 모든 행태는 유화 제스처조차 ‘적화통일’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적 변신일 뿐이다. ‘7·4 남북공동성명(1972년)’을 발표하면서 이면에서는 남침 땅굴을 굴착했고,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1년)’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핵 확산금지조약을 탈퇴(1993년)하여 본격적인 핵 개발에 착수한 것이 북한의 본색이다. 북한의 표리부동한 행태는 이외에도 부지기수다.

또한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0년 전인 1971년, 판문점에 남북 간 직통 전화를 개설한 이래 북한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일방적으로 연락 채널을 차단하고 복원하기를 8차례나 반복했다. 이런 전례가 있기에, 이번 통신 연락선 복원에 대해 마냥 환호작약(歡呼雀躍)만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여권 인사들이 통신선 복원에 대해 감지덕지하는 모습을 보면, 판문점선언(’18.4.27)에서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현대화 사업을 합의하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던 당시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새삼 강조하거니와, 안보는 근거 없는 낙관이나 고조된 감정만으로는 결코 담보할 수 없다. 뱀처럼 냉정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이쯤에서 김여정이 지난달 발표한 대미 담화를 소개한다. 김여정은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방한(6.19~23) 기간에 발표한 담화(6.22)에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하였다는 보도를 들었다”라며 “잘못된 기대”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북한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는데,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 말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이 복원됨에 따라 ‘북한 비핵화’라는 떡을 먹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김칫국부터 마시면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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