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2021년 개정 북한 당규약 서문 2가지 관전 포인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10일 제8차 당 대회 5일 차 회의가 전날 열렸다고 전했다. 신문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 당으로서의 당의 사명, 투쟁강령을 뚜렷이 명시하고 당 조직과 당원들이 준수하여야 할 행동준칙과 활동 방식, 규범들을 수정 보충한 당규약 개정안의 내용들을 연구하였다”라며 “셋째 의정에 대한 결정서 ‘당규약 개정에 대하여’를 전원일치로 채택하였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조선노동당 당규약은 당 지도부의 전략적인 목적과 그 목적 달성을 위한 기본원칙을 제시하는 것으로, 북한에서는 당이 국가를 지도하기 때문에 당의 전략적 목적이 곧 국가의 전략적 목적이 된다. 북한에서는 당규약이 헌법보다 그 위상이 더 높다. 북한 헌법 11조에 의하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되어있다.

북한의 통치이념에 의하면, ‘법은 당의 노선과 정책 집행을 보장하는 힘 있는 수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이 당의 역할을 제한하지 못하고 오히려 당의 정책적 요구가 헌법이 내용을 결정짓는다. 북한의 정치체제가 당-국가체제인 만큼, 당 규약의 개정은 곧 국가통치시스템의 변화를 말해주는 것이다. 북한의 지난 1월, 당규약 개정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지난 당규약 서문 수정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당규약 서문은 당규약 본문에 앞서, 김일성 3대 부자의 지위 및 위상과 당의 목적, 목표, 행동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내용을 말한다. 김정은 정권 시기인 2012년, 2016년, 2021년 수정된 당규약 서문들을 비교 검토해 보자.

2016년 제7차 당 대회 당규약 개정, ‘김정은의 사당화공표

북한은 3대 세습의 권력 승계 때마다 당규약을 개정했었다. 당규약 개정을 통해 김 씨 3대 부자의 권력 창출 및 권력 공고화, 권력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했던 것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김정일에 의한, 김일성에 대한 ‘수령절대주의체제’가 확립된 이후부터 당규약을 보면, 북한의 노동당이 김일성의 ‘사당화’(私黨化)가 되었음을 보게 된다.

현재는 김일성 3대 부자의 ‘사당화’가 되어 버렸다. 당규약에서는 당의 핵심사업을 ‘당의 유일적령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당의 유일적령도체계’는 김정일 정권시기는 ‘당의 유일적지도체계’였고 이는 ‘김정일 유일적지도체계’로 대변된다. 이 뜻은 김정일의 지도하에서만이 ‘당의 유일사상’인 ‘김일성 혁명사상’(주체사상)이 실현되고 완수된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권력을 승계하자마자 ‘당의 유일적지도체계’를 ‘당의 유일적영도체계’로 용어를 바꾸고 ‘김일성주의’를 ‘김일성-김정일주의’로 확대강화 시켰다. 그 목적은 분명하다. ‘김일성-김정일주의’는 ‘김정일의 지도체계’가 ‘김정일의 혁명사상’으로 탈바꿈되었음을 시사한다. 즉, ‘김일성 혁명사상’과 ‘김정일의 혁명사상’의 융합을 말해준다(북한에서는 ‘김정일주의’를 ‘김정일 애국주의’로 표기하기도 한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제 이 사상을 지도하고 완수하는 당사자가 바로 ‘김정은’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당의 유일적영도체계’라고 표현한 것이고 이는 곧 ‘김정은의 유일적영도체계’를 말해주는 것이다. 즉, 오직 김정은의 지도하에 당이 움직여진다는 의미이다.

당규약 개정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2012년 북한 당규약 서문 서두에는 조선노동당이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당’이라고 했다. 말 그대로, 당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당이라는 것이다. 유훈통치가 강력히 작동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2016년 당규약에서는 조선노동당이 ‘김일성-김정일주의당’이라고 천명했다. 이 둘의 차이는 분명하고 매우 크다. 앞서 설명한 대로, 2016년의 ‘김일성-김정일주의당’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실현하는 당이고 이 ‘김일성 혁명사상’과 ‘김정일 혁명사상’을 완수하는 데 있어, 오직 ‘김정은’의 지도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이다. ‘김정은의 당’이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완벽한 김정은의 사당화가 된 것이다.

이 양상은 김정은을 소개하는 2012년 당규약 서문과 2016년 당규약 서문을 비교해보면 더 분명해진다. 2012년 당규약은 제4차 당 대표자회의 시 개정된 규약으로 김정은 정권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 당규약 서문에는 김일성-김정일뿐만 아니라 김정은에 대해서도 ‘위대한 령도자’라고 소개하며 칭송하고 있다. 김정은을 ‘혁명위업을 승리에로 이끄는 위대한 령도자’라고 내세우며 조선노동당은 김정은을 중심으로 공고히 결합 되었다고 밝히며 세 문장을 할애하고 있다.

2016년 개정 당규약은 김정은에 대해 무려 여섯 문장으로 아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당을 강력하게 단결시킴’, ‘칼날같은 기강을 확립’, ‘비상한 조직력과 특출한 령도적 수완을 지님’, ‘자위적인 전쟁억제력을 더욱 강화’(핵무력 강화), ‘백두산대국의 존엄과 위력을 만방에 떨침’(핵 도발), ‘자강력으로 창조와 건설의 대번영기’, ‘강성국가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음’ 등 수많은 미사여구(칭송)가 김정은에게 붙었다. 당규약을 개정하면서 김정은 소개를 하는데 매우 심혈을 기울인 것을 알 수 있고, 이것이 김정은의 높아진 위상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2012년 당규약 서문에서는 김정일에게도 ‘영원한 수령’이라고 칭했었다. 그런데, 2016년에는 김정일을 ‘영원한 수반’이라고 수정했다는 사실이다.

2021년 노동당 당규약 개정 핵심 포인트

유훈통치 작동의 정상화

2021년 당규약 개정은 당규약 서문만 봐도 매우 파격적이다. 제일 처음 나오는 “조선로동당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당이다”는 그대로다. 그런데, 그 다음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위대성을 구구절절이 나열했던 내용들이 싹다 사라진 것이다. 심지어는 김일성이 ‘당의 창건자이며 영원한 수령’이라는 문구도, 김정일은 ‘당의 상징이고 영원한 수반’이라는 문구도, 김정은은 ‘당과 조선인민의 위대한 령도자’라는 문구도 다 사라졌다. 조선로동당이 ‘김일성-김정일주의당’이라고 선언하고 곧바로 당의 성격을 규정하는 문장이 나온다. 한마디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지도자로서의 위대성 칭송들이 다 삭제된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할까? 당이 김씨 3대 부자의 사당화에서 벗어났다고 봐야하는 것인가. 아직은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당의 성격을 김일성-김정일을 높이 모시고 수반(김정은)을 중심으로 하여 공고하게 결합 되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6년에는 “조선로동당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위업, 주체혁명위업의 승리를 위하여 투쟁한다”고 되어있던 문장이 2021년에는 “조선로동당은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당의 최고강령으로 한다”라고 수정되었다.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쉽게 설명하면, 2016년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2021년에는 ‘김일성-김정일주의화’로 강화된 것이다. 이 둘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인가? 김정일 시기의 ‘선군정치’의 예를 들면 이해가 쉽다. 김정일은 1997년에 ‘선군정치’를 내세웠고 2001년에는 ‘선군사상’으로 이념화시켰다. 2년 후인 2003년에는 ‘온 사회의 선군사상화’를 내세우며 국가지도이념으로 정립시켰다. 2003년이 선군사상의 최고정점이라면, 2021년은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최고정점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고 ‘온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가 2021년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이미 2016년, 2012년 당규약 서문에도 이 용어는 등장했었다.

2021년 당규약 서문을 보면, 김정은의 위상은 2016년보다 더 격상된 것으로 나타난다. 그 핵심 근거 중 하나는 2016년 당규약 서문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 중심으로 하여’ 당이 공고하게 결합되었다고 했는데, 2021년에는 ‘수반을 중심으로 하여’라고 표기했다. 이후에 김정은을 ‘수반’으로 지칭하는 문장이 또 한차례 나온다. 이 ‘수반’은 2016년 당시만 해도 김정일에게 붙여졌던 칭호이다. 그런데, 2021년에는 이 수반을 김정은에게 직접 붙인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김정은은 지난 8차 당대회(2021.1)를 통해 ‘당 총비서’로 추대되었다. 이 ‘총비서’ 직함은 김정일의 고유영역이었다. 2012년 4차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을 ‘영원한 총비서’로 추대하고 김정은은 ‘당 제1비서’라는 직함을 얻었다. 그런데, 이번에 김정일의 지위를 나타내던 ‘총비서’와 ‘수반’을 김정은이 차지하므로 그 위상이 격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김정일은 ‘위대한 수령’으로 표기되었는데, 2012년의 ‘영원한 수령’의 지위가 회복된 것이다.

2021년 당규약 서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김정은의 지위 및 위상이 격상되었지만, 2016년에 대두되었던 김정은의 정치적 독자노선의 양상이 많이 지워졌다는 점이다. 2021년 당규약 서문에 김일성, 김정일의 위대성을 칭송하는 문장들이 다 사라졌지만, 당의 성격, 당의 목표, 당의 행동지침을 가리키는 문장들에서 김일성-김정일의 혁명사상이 2016년보다 더 강도높게 내세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김일성의 혁명사상인 주체사상을 ‘항일혁명투쟁시기에 창조되고’라고 규정한 점이다. 지금까지는 주체사상이 중소분쟁으로 인해 1950년대 중반에 대두되었다는 학설에 더 힘이 실렸었다. 이제 이 문장으로 주체사상의 출발점이 분명해 졌다. 이제 우리는 주체사상 하면 김일성의 항일빨치산 정신을 떠올려야 한다. 이미 과거부터 주체사상 안에는 김일성이 ‘해방자’, ‘구원자’라는 존재적 의미가 부여되었었다. 2021년 당규약에는 다시금 김일성의 이 존재성이 강하게 표출된 것이다. 북한 조선노동당은 그 사업 방침에 있어 여전히 ‘항일유격대식’을 추구한다.

② 핵무력, 핵강화 강력시사 : ‘자력갱생의 기치’ 첫 등장

이외에 2021년 당규약 서문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은 선군노선과 선군정치를 삭제하고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2016년에는 당은 선군정치를 사회주의기본정치방식으로 확립하고 선군의 기치밑에 혁명과 건설을 령도한다고 했는데, 2021년에는 당은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사회주의기본정치방식으로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래의 문장을 새롭게 삽입시켰다. “조선로동당은 인민의 존엄과 권익을 절대적으로 옹호하고 모든 문제를 인민대중의 무궁무진한 힘에 의거하여 풀어나가며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정치를 실현한다”

당의 당면목적에서도 2016년에는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이라고 했었는데, 2021년에는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 건설’,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이라고 수정하면서 인민대중을 우선으로 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현재 북한의 경제가 얼마나 파탄지경인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정은의 리더십 위기가 감지되는 지점이기도 하며 이것이 2021년에 다시 유훈통치를 강력하게 작동시키는 주요 원인일 것이다.

또 하나는 2016년 당규약 서문에는 핵 무력을 강력하게 내세운 것에 반해, 2021년에는 ‘자립적국방공업 발전’이라는 용어로 완급조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 시위 및 대미 적대시 정책은 더 분명해지고 강화되었다. 2016년의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가 2021년에는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로 좀 더 구체적이며 강력해졌다. 남한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지배’라고 콕 집었다.

동시에 핵무력을 ‘강력한 국방력’으로 표현하며 핵 보유 목적을 ‘군사적위협 제압’ 및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 수호’라고 규정하였다.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력 시사한 것이다. 그래서, 당규약 서문에 처음으로 ‘자력갱생의 기치’라는 용어를 삽입한 북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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