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하고 배급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자강도 주민들이 ‘식량 원정’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강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선군혁명특구지구인 자강도는 주민들 대다수가 군수공장 노동자들이라 그동안 배급이 거의 보장됐는데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로 올해 1월부터 배급이 제대로 내려오지 않아 주민들이 식량을 구하러 위원군 고보리에 들락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니는 버스도 없을 만큼 심심산골인 위원군 고보리에는 옥수수, 감자, 수수 등 뙈기밭(소토지) 농사를 지어 상당량의 알곡을 보유한 소위 ‘식량 부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현물이 없는 희천·강계·만포 등 도시의 주민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오히려 공업품을 구하기 어려운 산골의 식량 부자들은 돈 대신 물건을 받아 식량으로 교환해주고 있는데, 몇 달 전부터 고보리에 물건을 가지고 들어가면 식량으로 바꿔준다는 소문이 도내에 퍼져 이곳으로의 식량 원정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위원군 고보리로 주민들이 몰려들고 있고, 고보리에서는 식량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각급 실무 단위에서는 얼마 전 고보리로 출입하는 길목에 임시로 초소 3곳을 세우고 오가는 주민들과 물건을 단속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30대 초반의 한 희천 주민이 ‘목란’ 텔레비전을 들고 고보리로 들어가다 보위부 초소에 단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주민은 단속 당시 “먹을 것이 없어 식량과 바꾸려고 가는 길”이라며 동정표를 구했지만, 보위부는 텔레비전 하단에 무언가 뜯긴 흔적을 보고 수상함을 느끼고는 곧바로 희천 보위부에 연락해 해당 주민의 신상을 파악했다고 한다.
확인 결과 이 주민은 도둑질 전력이 있던 인물로 가지고 있던 텔레비전 역시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하필 그것이 최고지도자가 하사한 선물 텔레비전으로 확인되면서 문제가 더 크게 불거졌다.
소식통은 “희천군당에는 이미 선물티비(TV)를 잃어버렸다는 신고가 들어와 있었고, 이 주민이 가지고 있던 티비의 뜯어진 흔적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보내주신 선물’이라는 표식이 붙어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선물티비를 훔친 것도 문제지만, 그 사실을 숨기려고 표식을 뗀 것으로 정치적인 문제가 돼 이 주민은 결국 도 보위국 구류장에 앉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 사건이 도당에도 보고되면서 도당은 주민들이 위원군 고보리로 몰려드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자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올해 1월부터 배급이 없다가 최근에야 미진된 배급이 이뤄졌지만, 그마저도 가족배급 없이 본인 배급만 나와 주민들은 여전히 먹을 것이 없어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런 형편에 공업품을 식량으로 바꿔 먹으려는 사람들이 고보리에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도당이 늦게야 파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주민들은 이런 현상이 겨울부터 있었던 일이고, 그래서 겨울에 사람들이 눈길을 헤치며 고보리로 들어가 자연스레 눈길이 다 닦아질 정도였다고 말하고 있다”며 “도에서는 중앙에서 올가을에 그동안 배급되지 않은 가족배급까지 다 주겠다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말하고 있으나 주민들은 지금 당장 먹고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