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을 가득 실은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역에 정차돼 있었던 북한 화물열차의 짐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 화물들은 북한 당국의 밀수품이었으며 이미 북한으로 반입됐다는 전언이다.
25일 단둥역에 정차돼 있던 북한 열차의 화물들이 갑자기 사라진 모습이 본지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 14일에 촬영된 단동역 북한 화물열차의 모습에는 화물칸마다 가득 화물이 적재돼 있고 이를 파란색 천막으로 덮어 놓은 모습이었지만 이날 사진에는 화물은 사라지고 빈 열차만 남아 있었다.
단둥(丹東)역에 정차돼 있는 북한 화물열차가 사실상 북한의 물류창고 역할을 해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단둥 기차역에 1년 넘게 정차된 북한 열차에 화물이 실려있다가 짐이 사라지는 일이 이전에도 있었다”며 “열차는 중국에서 벗어난 적이 없지만 화물은 지속적으로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지난달 단둥역에서 한글로 ‘서포’와 ‘단동’이라고 쓰여있는 화물열차가 이미 중국을 출발해 북한에 도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 열차는 국경봉쇄 전 단동역에 들어온 후 1년 이상 중국에 발이 묶여 있었으며, 지난해 1월 이후 현재까지 북중 간 국제열차 운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북한行 화물열차 운행 재개 안해…여전히 中단둥에 정차 중”)
소식통에 따르면 서포와 단둥을 오갔던 이 화물열차에는 차량 타이어와 부품, 건설 및 인테리어 자재, 김정은 일가의 특각(별장)에 들어가는 소모품, 사치품 등 북한 당국이 직접 주문한 국가밀무역 물품이 보관돼 있었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밀수를 엄격히 금하고 있는 데다, 이 화물은 대부분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물건이어서 당국은 외부의 눈에 띄지 않게 이에 대한 보안에 각별히 신경써 왔다고 한다.
북한으로 당장 들여가지 못하는 물품을 단동에 정차 중인 북한 화물열차에 장기간 적재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대북제재 위반 사항에 해당하는 물품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왔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화물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우려해 중국에서 수입품에 대한 1차 방역을 실시해왔는데, 방역처리를 끝낸 물품을 열차에 실어 놓고 당국이 정한 일정 정도의 적치 기간이 지난 물품만 반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밀수품을 중국에서 북한으로 반입할 때는 배를 이용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취재 결과 실제로 지난 17일 단동역 해당 화물열차에 적재돼 있던 짐들이 하역됐으며 이 짐들은 화물트럭을 통해 산둥(山東)성 룽커우(龍口)로 옮겨졌다.
이 화물들은 룽커우에서 중국 모처의 다른 창고에 보관돼 있던 밀수품들과 함께 화물선에 선적됐으며 남포항을 통해 북한으로 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밀수품 반입에 열차를 이용할 경우 이른 새벽이나 야간에 운행한다 하더라도 감시의 눈을 피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북한 당국은 국경을 봉쇄한 지난 1년 4개월 동안 선박을 통한 밀반입을 주로 해온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열차를 움직이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국가(북한 당국)가 밀수를 주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서 “(북한이) 쉽게 열차 운행을 재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