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 출범식서 트랙터 엔진 고장”…북한, 부품 수급 차질 심각?

노동신문은 지난 3월 평양에서 농촌 지원 독려 위한 ‘전시회’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모내기를 앞두고 결의를 다지기 위한 농기계 출범식을 진행했지만, 일부 지역에서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알곡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기술은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자력갱생 같은 구호만 앞세우다 일어난 사고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말 평성경기장에서 진행된 농기계 전시회에 참가한 뜨락또르(트랙터) 몇 대가 발동이 걸리지 않았다”며 “알곡 생산목표를 달성하고자 준비한 농기계 출범식에서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제기됐다”고 전했다.

결국 트랙터가 끌려가는 희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북한은 매년 모내기 철만 되면 각종 매체를 통해 주민들에게 준비를 철저히 하자고 독려해왔다.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모내기에 모든 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하여 올해 알곡고지 점령의 돌파구를 열어제끼자’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에서 결정적 전환을 안아오려는 당의 구상과 결심을 빛나게 실현하자면 무엇보다도 올해 농사부터 잘 지어야 하며 당면하게는 모내기에 모든 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기계 출범식은 모내기 준비를 모두 마치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주민들의 결의를 다지는 행사 중 하나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서 중요 농기계 중 하나인 트랙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모내기 준비를 위해 대대적인 트랙터 정비까지 마쳤지만 중요한 출범식에서 고장나자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북한 선전매체 아리랑메아리는 지난 3월 농업성과 각 도의 농촌경리위원회가 봄철 농번기에 대비해 트랙터 수만 대를 수리·정비하고 각종 농기계 부속품을 생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소식통은 “새로 수리한 엔진이 상태가 불결해 뜨락또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엔진 수리 시 정밀도를 보장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뜨락또르 부속품 공장에서 나오는 피스톤은 그대로 쓰면 안 되고 정밀하게 연마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연마가 안 돼 일어난 사고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부품을 처음부터 기계에 적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생산품을 다시 연마한다는 점에서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피스톤을 외국에서 규격에 맞는 부품을 수입해왔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자 내부에서 대체 부품을 생산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기술, 장비 부족 등으로 인해 정밀한 대체 부품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각종 농기계의 부품을 중국에서 수입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년이 넘게 국경을 차단하고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기계에 필요한 부품을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지난 4월 ‘대중무역 제한 여파로 위기에 처한 북한 농가’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농기계 보수 부품은 줄곧 중국에서 수입해 왔지만 지난 1년간 북한 당국이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대중 무역을 제한한 결과, 북한 내부에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농기계 10대 중 7대가 멈춰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