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2~15일 ‘모내기전투’ 진입 지시… “돈 내고 빠져도 조심해야”

동원 빠지는 주민들에 '후방사업' 명목 30만원씩 거둬…비료 등 부족에 벌써부터 농사 전망 암울

모내기 전투 중인 북한 주민들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오는 12일부터 15일 사이 전국적으로 ‘모내기전투’에 진입한다는 북한 중앙당과 내각 농업성의 지시문이 최근 각 도(道) 농촌경영위원회에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농업 생산성 향상에 신경 쓰고 있는 만큼 올해는 여느 때보다 농촌 동원 분위기가 뜨겁다는 전언이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12살인 초급중학교 1학년 학생들부터 밥 먹는 사람은 모두 모내기전투에 총동원하라는 지시문이 떨어졌다”며 “이전에도 그랬듯 돈을 내고 안 나가려는 사람이 있지만, 올해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라 전투에 빠지는 것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5월 모내기철이 되면 대체로 12세 이상 전 주민과 군인을 동원해 농촌 지원에 나선다. 이렇게 전 주민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모심기 작업은 일명 ‘모내기전투’라 불리는데, 이 기간 학생들과 주민들은 학교나 직장에 가지 않고 농장 주변에서 숙식하며 농사일에 동원된다.

소식통은 “오전 6시부터 8시 해가 퍼지기 전에 냉상모판 모뜨기를 진행하고, 이후 저녁 8시까지 12시간 동안 점심 1시간을 제외하고 모내기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라며 “모내기전투는 개인이나 단체 도급제로, 이는 무조건 집행해야 하는 국가 명령”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주민들은 당국의 지시로 농촌 지원에 나서지만, 먹을 것과 작업복, 작업 도구는 모두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북한 당국은 진료소나 병원 등에서 진단서를 떼고 농촌 동원을 나가지 않는 주민들에게 후방사업이라도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하루 만 원씩 총 30일로 계산해 미리 30만 원을 거뒀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나눠 내는 것 없이 무조건 한 번에 30만 원을 내야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돈을 내서라도 동원 안 되는 게 낫다는 사람이 많다”며 “그중에서도 농장원들은 예외 없이 다 동원되는데 올해 특이한 점은 숙소를 내주는 농장원 세대 중 1명을 동원에서 제외시켜준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국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첫해 식량문제의 선차적인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는 돈을 내고 농촌 동원을 가지 않더라도 모내기전투 기간 길을 지날 때 단속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올해는 국가적인 모내기전투 기간에 그냥 길가를 지나다니는 사람이 하나도 없도록 즉시 단속하라는 당의 방침이 내려져 돈을 받은 기관의 책임자들도 돈 낸 대상들에게 ‘모내기전투 기간 밖에 다닐 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며 “진단서와 입금영수증을 가지고 있어도 악질 규찰대나 단속원을 만나면 무조건 논에 들어서서 모를 꽂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주민들은 매해 전투에 나서지만 내 집 곳간에는 쌀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이 자명한 이치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현재 각 농촌경영위원회는 전민, 전군을 동원해 논에 모를 심는다해도 비료 부족과 수리 관개시설 미비로 수확량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전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년보다 모든 면에서 농사 조건이 악화해 국가가 제시한 계획분을 채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볏모 상태가 작년보다 충실하지 못한 데다 물도 논까지 원만하게 들어오지 못하고, 비료나 살초제(제초제)도 부족한 형편”이라며 “알곡 고지를 점령하려면 국가가 봄부터 가을까지, 시작부터 분배까지 정확한 타산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단순히 5개년 계획 기간 첫해 농사를 잘하라고만 하고 있어 농업 부문 책임일꾼들과 농장원들이 암울해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1년 2얼 20일 노동자들과 조선직업총동맹(직맹)의 궐기대회가 전날(19일)에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편, 현재 북한 내에서는 이달 하순 예고된 직맹(조선직업총동맹) 대회가 전국적인 모내기 작업으로 다소 미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일단 5월 말 직맹 대회 개최 방침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나 직맹원들이 모내기에 총동원되기 때문에 기본 모내기가 끝나야 한다”며 “그래서 모내기가 미뤄지면 (직맹 대회를) 6월 초에 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번 직맹 대회에는 앞선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대회 때와 비슷하게 ▲1급·특급·연합기업소 직맹 유급책임일꾼 ▲도·시·군 현지지도 및 사적단위 직맹일꾼 ▲모범적·영웅적 소행을 발휘한 직맹일꾼 등이 참가하며, 특히 금속과 화학부문 공장·기업소의 직맹일꾼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