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무도회 후 코로나 의심증세…청진시 주민들 ‘자가격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월 16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경축 청년학생들의 무도회가 15일 수도 평양과 각지에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각 도 소재지들과 시, 군들에서도 경축 무도회가 있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최대 명절인 김일성 생일(4월 15일, 태양절) 당일 경축 무도회에 참가한 함경북도 청진시의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여 자가 격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태양절 경축 무도회 행사에 참가한 청진시 주민들이 행사 당일인 4월 15일부터 닷새가 지난 뒤에 이상 증세들이 나타나 시 비상방역위원회의 지시로 자택 격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일성 생일 당일 경축 무도회 행사 당시 시(市) 안전부와 방역소, 비상방역위원회 등은 입구에서 주민들의 체온을 일일이 재고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검열하는 등 전염병 방역에 만전을 기하며 행사를 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철저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흥이 오르고 숨이 차오르자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마주 서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등 제멋대로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결국 경축 무도회가 끝나고 5일 후부터 청진시에는 열감, 목 아픔 등 감기와 비슷한 이상증세를 느끼는 주민들이 많이 생겨나 인민반장들이 상급에 이를 보고했고, 이상증세를 보인 주민들이 진단서를 떼기 위해 병원을 찾거나 약 판매자들을 찾아다니는 현상들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시 비상방역위원회는 이상증세가 나타난 주민이 있는 세대를 방문하면서 우선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말라고 포치했으며, 집 대문 앞에는 ‘격리’라고 적힌 인쇄물을 붙여놓고 인민반장들이 수시로 감시하도록 했다는 전언이다.

시 비상방역위원회는 이상증세를 보인 주민들을 먼저 15일간 1차 자가 격리, 다시 15일간 2차 자가 격리하면서 총 한 달간 경과를 지켜볼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동, 인민반, 기관·기업소, 대학에서는 당시 행사에 참가했으나 이상증세는 나타나지 않은 주민들을 대상으로도 자체 증상 검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자체 증상 검사는 5분계나 2분계로 된 중국 체온계로 체온을 재고 안구를 들여다보는 것, 최근 콧물이나 기침 등 이상증세가 있었는지를 묻는 것이 전부”라며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주민들은 실제 코로나인지 아닌지는 나라도 모르는 것 아니냐며 비웃는 듯한 말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