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외화 급한 북한, 노동자 200여 명 몽골로 파견 예정

[北 해외파견 노동자 취재①] 선발 과정 뇌물만 수천달러…빚 안고 출국하는 북한 노동자들

중국 랴오닝성의 한 의류공장에서 북한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러시아에 신규 노동자를 송출한 데 이어 오는 5월 노동자들을 몽골에 파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와 대북제재 장기화 등으로 외화 부족이 심각해지자 해외 노동자 파견을 확대해 당자금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2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200여 명 규모의 노동자가 이달 초 몽골로 출국할 예정이다. 남성과 여성이 6:4의 비율로 선발됐는데 남성들은 농장, 축사 등 농업 부문에, 여성들은 모피·섬유 생산 등 피복공장에 파견된다고 한다. 

몽골 파견자들은 지난해 말 인원 모집을 시작해 현재 3차 심사까지 완료된 상황이며 4단계인 출국 서류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단계에 걸쳐 노동자 선발…신체 검사만 3번 

중국, 러시아 등 해외에 파견하는 노동자들을 4단계에 걸쳐 심사하는데 보통 4-6개월이 소요된다. 1단계에서는 시(市), 군당(郡黨) 등 지역 기관의 추천과 함께 해당 지역 병원에서 간단한 신체 검사가 진행된다.  

각 지역 당의 1차 심사를 통과한 대상자들은 2단계 도당(道黨) 심사로 넘어간다. 이때 개별 면접이 이뤄지고 도(道)병원에서 보다 정밀한 신체 검사가 진행되는데, 폐렴, 간염, 결핵과 같은 전염성 질병 감염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하지만 전염성 질환자라 할지라도 중증이 아니라면 병원과 선발 과정에 관여하는 담당 간부에게 뇌물을 주고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중앙담화’라고 부르기도 하는 3단계 심사는 당, 내각, 군(軍) 등 해당 회차의 노동자를 모집하는 중앙기관의 선발 절차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러시아에 파견한 노동자들은 대외건설지도국에서 인원을 모집하고 파견했기 때문에 대외건설지도국이 평양에서 지원자들을 면담 및 평가했다. 출국 예정인 몽골 파견자들은 수산성과 수도건설지도국에서 3차 심사를 진행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평양시 서성구역 련못동에 있는 평양 제2인민병원에서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세번째 신체 검사도 함께 진행된다. 이때도 간염, 결핵, 폐렴 등 전염성 질환을 검사하는데 에이즈 검사까지 한다고 전해진다. 소식통은 “다른 질병은 뒷돈(뇌물)을 주고 통과되지만 99호 병균(에이즈)은 돈을 아무리 많이 고여도(바쳐도) 안된다”고 말했다. 

4단계 심사는 외무성에서 담당하는데 사실상 3단계에서 선발이 모두 끝난 것이어서 외무성 담화에서는 4인 1조로 간단한 면접을 진행한 뒤 여권 및 비자 등 관련 서류 발급 절차가 이뤄진다. 

해외 파견 지원자들, 출국 전부터 빚더미…돈 없으면 지원 불가

해외 파견 노동자 선발이 4단계에 걸쳐 이뤄지는 건 지원자에 대한 철저한 심사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각 단계마다 심사 기관과 간부가 뇌물을 받아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복된 신체 검사를 3차례나 진행하는 것은 지원자들의 결격사유가 확인될 때마다 간부들이 뇌물을 받아 잇속을 챙기기 위한 의도도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신체 검사에서 전염병 감염 사실이 확인될 경우 지원자들이 내는 뇌물 비용은 최근 약 1000달러까지 올랐다. 2019년까지만 해도 500달러였던 뇌물 비용이 지난해 노동자 신규 파견이 중단된 이후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북한과 인접한 거리에 있는 러시아 도시로 파견될 경우 열차나 버스 등 육로로 이동했지만 올해부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시에 따라 무조건 중국으로 이동한 뒤 베이징(北京)에서 제3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3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파견된 노동자들은 평양에서 출발해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거쳐 베이징에서 모크스바로 항공편으로 이동한 뒤 모스크바에서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고 한다.  

당국은 항공 이동에 대해 파견자들의 안전을 생각한 김 위원장의 배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제 열차 운행이 공식 재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동비 또한 노동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지역에 따라 과거보다 비용이 10배 이상 많이 든다고 한다. 

파견자들은 선발 과정의 뇌물비나 이동비를 마련하기 위해 평균 3000달러의 빚을 진다고 한다. 해외에 나가 번 돈으로 빚을 갚겠다는 계획이지만 실제로 파견된 후에는 과도한 당자금 납부 독촉으로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소식통은 “해외로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로 빚을 지더라고 나가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다르다”며 “돈을 모아오기는 커녕 빚만 겨우 청산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2019년 12월 22일까지 북한 노동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명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2020년 코로나19를 명목으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체류하던 북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노동을 계속하며 당자금을 평양으로 송금하고 있고 이에 더해 올해부터 신규 노동자도 파견했습니다. 제재를 무시하고 해외 파견 노동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당국의 계획을 집중취재해 연재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