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집단사망 발생한 만경대혁명학원 원장 ‘선물별’ 떨어져

소식통 "오룡택 계급 강등됐지만 원장직은 유지…그 외 책임자들은 모두 제대 조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설립 70주년을 맞은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하고 교직원,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2017년 10월 13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고위간부의 자녀들과 이른바 ‘혁명 유자녀’들을 엘리트로 양성하는 특수교육기관 만경대혁명학원에서 지난해 학생 10여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이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은 이달 초 열린 인민군당 전원회의 당시 뒤늦게 보고서로 올라와 만경대혁명학원 원장 오룡택이 계급 강등 처분을 받고 직접적인 책임자들은 제대 조치됐다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이달 초 진행된 인민군당 전원회의에서 만경대혁명학원의 무리죽음이 언급됐다”며 “이 일로 1호(김정은 국무위원장) 선물별을 받은 만경대혁명학원 원장 오룡택이 책임을 지고 소장에서 대좌로 강등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민군당 전원회의에서는 ‘원아(학생)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만경대혁명학원이 전염병 방역에 더욱 철저히 임해야 했음에도 심중한 결함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만경대혁명학원은 지난해 10월 10일 학생들의 열병식 참가를 위해 5월부터 자체적으로 준비해왔는데, 이후 9월 즈음 코로나19 감염 의심 증세를 보이는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고 결국 그중 12명이 사망했다는 설명이다. 사망자들은 평소 기저질환을 앓고 있던 학생들로,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설사, 각혈 증세 보이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혁명학원 내 병원에서는 열병식 연습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못 잔 학생들이 면역력 부족으로 병이 도진 것 같다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패혈증, 폐절(肺絶)성 쇼크로 사망했다고 판명했으나 군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만경대혁명학원에서 벌어진 집단 사망 사건은 이번 인민군당 전원회의 계기 총화에서 뒤늦게 보고서로 올려졌고, 결국 회의에서는 ‘혁명 유자녀들을 무리로 죽게 한 것은 큰 사건이 아닐 수 없고, 이 사태를 장악·통제하지 못한 원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강등 처벌 결정이 내려졌다.

소식통은 “원장 오룡택은 지난 2012년 1월 원수님께서 설을 맞아 혁명의 핏줄기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시면서 선대 수령님들의 발자취가 깃든 만경대혁명학원에 현지지도 가셨을 때 원수님을 모시고 1시간 단독 담화를 한 인물”이라며 “그는 항일혁명투사이자 만경대혁명학원의 초대 원장인 오재원의 아들로 대를 이어 원장을 하고 있다가 그때 선물별을 받았다”고 말했다.

본래 만경대혁명학원 원장의 편제 군사칭호는 ‘소장’이라 오룡택은 그간 대외적으로 소장에 해당하는 계급장을 달고 나왔지만, 그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1계급 특진 선물을 받아 내적으로는 사실상 ‘중장’ 대우를 받아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으로 오룡택은 선물별이 떨어지고 소장에서 대좌로 강등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소식통은 “원수님 현지지도 때 아버지의 대를 이어서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혁명의 후비대 원아들을 책임지는 일을 나와 함께 하자고 믿음의 말씀을 주셨기 때문에 3개월 뒤쯤 다시 소장 군사칭호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현재 오룡택은 만경대혁명학원 원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만경대혁명학원 내 병원장과 후방부원장,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대대장 및 대대 정치지도원은 제대 조치돼 만경대혁명학원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한편, 오룡택은 먹자판이나 술판을 벌이지 말고 관혼상제도 줄이라는 북한 당국의 방역 방침이 내려진 상황에서도 각종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한 것으로 당적 엄중 경고 처벌을 받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국가의 방역 방침 준수에 솔선수범해야 할 사람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분위기를 조장했다는 점이 지적됐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만경대혁명학원의 정치위원이 청류관을 대절해 이틀간 손님을 받지 못하게 하면서까지 자녀의 결혼식을 아주 성대히 치렀는데 당시 오룡택이 그 행사에 참석하면서 아랫사람들까지 죄다 참석했다”며 “결국 잔치를 연 정치위원도 대좌에서 상좌로 강등됐고, 당적으로도 엄중경고 처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