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의 ‘4·15참배’ 이면의 숨은 코드(code)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 15일)을 맞아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참배에는 조용원 당 조직비서, 박정천 군 총참모장, 김여정 당 부부장, 현송월 당 부부장 등이 동행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한국의 정보기관과 군은 북한의 전략무기 도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월 12일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의 국회정보위 보고(4·8)을 기초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합동참모본부도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하에 북한에서 잠수함을 건조하는 신포조선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여러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정보국장(DNI) 헤인즈는 14일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자신의 안보 환경을 재구성하기 위해 공격적이고 잠재적으로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들을 취할 수 있으며 미국과 동맹국 간의 사이가 틀어지는 것을 추구할 것이다. 이런 노력에는 핵실험 재개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북한전문사이트 비욘드 패러랠(Beyond parallel)은 15일 “북한 영변 핵단지에서 난방 등 일부 시설의 재가동이 확인되었다”고 공개하였다.

이처럼 븍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같은 전략 도발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review)가 거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어, 공식발표를 전후로 해서 북한의 강경대응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김정은은 핵-미사일 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 중에도 핵능력의 질적·양적 고도화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북한은 신년 벽두부터 8차 당대회를 소집한 후 내부전열 재정비와 마이 웨이(my way) 선포를 끝냈다. 최근 들어서는 김여정을 필두(3·15)로 한 대남-대미 릴레이 성명전,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3·21/3·25), 김정은의 ‘고난의 행군’ 언급 (4·8 당세포비서대회 폐막사) 등을 통해 정면돌파전 의지를 더욱 불태우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이미 시작되었고, 수위를 더욱 높여 나갈 것이다. 향후 북한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 로드맵이 발표되는 시기를 전후해 SLBM, ICBM 도발을 모색할 것이다. 방안은 SLBM을 장착할 수 있는 신형잠수함 건조식, 바지선에서의 신형미사일 시험 발사, 신형잠수함에서의 탄도미사일 발사, 미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ICBM 발사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할 것이다. ▲핵-미사일 체계 완성 ▲미국과의 기싸움 선수(先手) 치기와 협상에서의 우위 확보 ▲체제 내부결속 등의 효과는 정세악화로 인해 경제적 고통이 심화되는 것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김정은은 ‘고난의 행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향후 북한은 ‘핵보유국+경제실리’라는 2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결사항전의 대결적 자세와 그럭저럭 버티기(muddling through) 전술, 중장기적으로는 핵보유국으로서 군축협상 기반 조성을 위해 총력을 경주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이 4월 15일 망자(亡者) 김일성의 109회 생일을 맞아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이른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그런데 형식이 과거와 완연히 달랐다. 극히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일반적으로 국가적 행사, 특히 북한에서 지도자와 관련된 의식(儀式)은 철저한 사전 각본에 기초해 내외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窓)의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고도의 연출 행사이다. 이번 참배 이벤트를 통해 김정은이 노린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숨은 코드(code)는 무엇일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생일(태양절·4월 15일)을 맞아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90도 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김여정 당 부부장이 눈에 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먼저 팩트(fact)를 보자. 4월 16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①김정은이 4월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②배석인사는 리설주, 조용원(당조직비서), 박정천(군총참모장), 김여정, 현송월(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다음으로, 국내외 전문가와 언론의 평가는 ▲자정이나 전날이 아닌 당일에 참배한 점이 특이하다 ▲최룡해 등 당정군 간부들을 제외하고 측근 인물로만 배석자를 구성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당정군 간부들은 별도로 참배했다 ▲이는 김정은의 최측근 3인방 조용원, 김여정, 현송월에 대한 각별한 신임을 보여주는 것이며, 박정천이 동행한 것은 국방력 강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등으로 요약된다.

맞는 평가이다. 그러나 보다 더 정치(精緻)한 분석, 이면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행사는 김정은이 지난해 ‘참배 여부를 未공개’함으로써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재미를 본 추억이 있는 데다가, 앞서 얘기한 최근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 국면과 어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안보는 다양한 가능성, 즉 발생 확률이 다소 적더라도 상정해보고 대비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4.15참배’ 행사를 단선적으로만 보기보다는 숨은 코드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행사를 보다 심층적으로 재조명해 본 결과, ①참배 진용 ②김여정의 120도 인사 ③현송월 사진 미취급 등 3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새롭게 부각되었다.

첫째, 참배 진용이다. 이번 김정은을 포함한 6인방은 현지지도를 함께 하면서 핵-미사일 실험 등을 비롯한 정책결정을 하시라도 할 수 있는 신속대응팀, 일종의 ‘움직이는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평양이 아닌 지방에 체류할 때 같이하는 최정예 인너서클(inner circle: 인사·조직, 정책, 핵-미사일, 선전선동 분야 핵심참모)로서 언제, 어디서라도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소수 최정예 멤버들이다. 북한이 지난 8차 당대회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를 소수 인원이 참가한 가운데서도 언제든지 개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한 것도 이와 관련해서 주목해 봐야 할 동향이다.

다음으로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임무를 규제한 29조에 당중앙군사위원회는 토의문제의 성격에 따라 회의성립 비률에 관계없이 필요한 성원들만 참가시키고 소집할 수 있다는 데 대하여 새로 보충함으로써 긴박하게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 토의의 신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실천적 담보를 마련하였다”(2021.1.10. 조선중앙통신의 당규약 개정내용 보도)

따라서, 관련 첩보가 없어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번 참배도 북한이 잠수함을 만들고 있는 신포조선소 등 지방에 함께 체류하다가 평양으로 귀환해서 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참배 시각이 자정이나 전날이 아닌 당일(4·15)에 이루어진 점이 간접적으로 뒷받침해 준다.

덧붙여 이번 진용은 일반의 평가처럼 김정은이 김여정을 비롯한 이들 4인방을 “나의 사람들이다”라는 차별화된 인정감을 주려는 용인술인 동시에, 그의 극화적인 성격을 감안해 볼 때 깜짝(surprise) 연출용의 성격도 띠고 있다고 평가된다. 김정은은 지난해 10월 당창건 75주년 기념일 열병식 때 자신이 입은 검은색 가죽롱코트와 똑같은 복장을 김여정,조용원,현송월 등 3인만 입도록 배려한 바 있다. 심야열병식, 가죽롱코트 3인방 등 사람과 행사에 뭔가 톡톡 틔는 의미를 부여하려는 심리는 김정은 시대의 큰 특징 중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둘째, 김여정의 90도가 넘는 허리굽히기 인사다. 김여정이 이렇게 도를 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선대에 대한 깊은 숭배감 표시(정치적인 제스처)를 넘어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는(소원을 비는) 동작일 수 있다. 그 어느 것이든 김여정이 현재 막후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사진이었다.

셋째, 현송월의 사진 편집이다. 현송월은 당 부부장임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참배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지만,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의 사진 보도에는 편집되어 제외되었다. 전체 동영상 속에서는 가끔 모습이 보이지만 보도 사진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는 그녀가 전체 행사와 김정은 의전을 총괄하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서 참석했지만 노동신문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의 위상은 아직 아니라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이 해외에서 나돌고 있는 김정은과의 불륜관계, 리설주-현송월 알력설 등을 잠재우기 위해 그녀를 참석자 명단에 포함시켰을 가능성도 상정해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김정은의 ‘4·15참배’는 단순한 의전적 행사를 넘어 많은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는 ‘기획 연출쇼’이다. 따라서 향후 김정은의 측근통치 동향을 지속 추적해 나가는 가운데, 특히 한-미-일 정보자산을 총가동하여 당면현안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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