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 포커스] 태양 없는 태양절과 ‘김정은 조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15일 저녁 평양에서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축포발사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심단결의 힘을 과시하듯 무수한 줄축포들이 앞을 다투어 뿜어오르자 청년학생들과 군중들의 환희는 절정에 달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의 홀로서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올해 김일성 생일에 보여준 김정은의 메시지는 김일성으로부터 권력 기반의 정통성을 찾으려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신이 명실상부한 ‘수령’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조선’으로 확실한 국가노선을 정립하며 체제 재건을 도모하고 있으나 국제사회는 그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김일성의 후광으로부터 독립하려는 김정은의 의도는 올해 김일성 행사에서 명백해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나타났으나 이번 행사에서 확실해졌다. 이번 김일성 생일 행사는 이례적으로 조촐하게 치러졌다. 물론 북한 당국은 축포를 쏘고 경축행사와 전국체전을 여는 등 외형적으론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태양절’ 기념행사를 성대히 재개했지만, 속내는 여느 때와 사뭇 달랐다.

과거 당정군 인사 수백 명을 거느리고 금수산 태양궁전을 찾았던 김정은은 올해 측근 다섯 명(리설주, 김여정, 조용원, 박정천, 현송월)만 대동했다. 지난해에는 김정은이 아예 금수산 궁전 참배에 불참하고 화환만 보냈었다.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포함한 군사 도발도 없었다. 요즘엔 김정은이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려는 심리 연출도 줄어들었다.

이 같은 내용들은 김정은이 선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조선’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지난해 11월 18일자 <로동신문>은 “인민의 목소리-우리 원수님!”이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김정은과 북한 주민들이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라며 ‘김정은 조선’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이는 김정은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는 차별화된 시대정신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김정은과 북한 당국은 ‘인민대중 제일주의’와 ‘국방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향후에도 김정은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조선 왕국’을 건립하려 할 것이고 이에 따라 김일성 생일은 ‘태양 없는 태양절’로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김정은 조선’ 건립은 순탄하게 진행될 것인가. 국제사회는 김정은의 희망사항을 불가능의 영역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인권 문제를 전면에 부각하고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는 등 공세적인 대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일성 생일이던 지난 15일 미 하원에서는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열린 회의는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포함한 북한인권 관련 청문회였다. 이 회의에서는 한국 정부의 대북전단 금지법에 관해 날 선 비판들이 제기됐고, 북한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도 논의됐다고 한다. 북한 당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핵심 이슈로 부각한 것이다.

미국 의회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인권 문제가 대북전략의 중점 사안으로 등장했다. 지난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휴먼라이츠워치와 세계기독연대, 북한반인도범죄철폐연대 등 국제인권단체 11곳이 지난 15일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향후 대북 협상에서 인권 의제를 포함하고 유엔에서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늘릴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단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정기적인 논의를 재개하고, 북한인권 특사를 조속히 임명하여 특사를 북한과의 모든 협상에 참여시킬 것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단체들은 탈북민 문제와 관련하여 이들을 체포하거나 북송하지 못하도록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한편, 대북 방송에 대한 지원과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 기회 신장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인권 문제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은 북한 비핵화 사안이다. 지난 16일에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정상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를 명시함으로써 비핵화 대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고, 유럽연합(EU) 국가들도 북한 당국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실험에 대해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북한 당국을 비난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인권 문제와 비핵화 문제를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공통의 목표로 설정해놓고 있다. 어쩌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체제 전환을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태양으로 떠오르려는 김정은의 야욕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진정 김정은이 인민대중을 위한다면 국방력 강화를 단념하고 인민 경제 발전을 위한 실속있는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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