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실시간 자동차 번호판 인식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술은 전반적으로 컴퓨터 성능이 좋지 못한 북한 특성을 고려한 방식이어서 내부에서 다방면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이 발행한 학보 정보과학 2020년 제66권 제4호에 ‘심층신경망을 이용한 실시간 차 번호판 영역 검출의 한 가지 방법’이라는 논문이 수록됐다.
논문은 “실시간차번호판령역검출을 위한 심층신경망의 구조를 설계하고 그에 기초한 차 번호판 영역 검출 방법을 제안(연구)하였다”며 “(기존 방식에 비해) 인식정확도의 손실이 없이 기억용량을 8.5배 축소하는 것과 동시에 인식 시간을 4배 단축함으로써 100ms(CPU 시간) 이하의 실시간 차 번호판검출을 보장한다”고 전했다.
논문은 기존 기술은 600개 영상 중 575개인 96.8% 검출률과 300ms(0.3초, CPU 기준)의 평균 시간이 걸렸지만 새로운 방법은 검출률과 평균 시간이 각각 96.1%, 70ms(0.07초, CPU 기준)라고 밝혔다.
기존보다 차량 번호판 인식 속도가 크게 개선돼 실시간 인식과 다름 없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또한, 논문은 해당 기술들이 북한의 좋지 않은 컴퓨터 환경을 고려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논문은 “심층신경망을 리용한 선행한 대상검출 방법들은 GPU를 리용(이용)하는 경우에는 고속이지만 CPU를 리용하는 경우에는 실시간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현실적으로 GPU를 내장한 콤퓨터(컴퓨터)가 많지 못하고 장치비용이 높기 때문에 CPU에서 실시간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나선다”고 말했다.
CPU는 구조상 한 번에 한 가지의 명령어만 처리한다. 반면 GPU는 여러 명령어를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처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순하고 반복적인 명령이 대부분인 딥러닝학습에 GPU가 유리하다.
GPU는 처음 3D 게임에 사용되는 연산을 처리용으로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AI 개발용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 최신 그래픽카드가 많지 않아 CPU를 이용한 딥러닝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 최고 연구기관 중 하나인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실험용으로 사용된 GPU는 미국 NVIDIA사의 GTX-980이다. 해당 모델은 2014년에 출시된 구버전이다. 해당 제품 시리즈(900번대) 출시 이후 현재까지 3세대가 진화한 RTX-3090등 3000번대 제품이 나오고 있다.
GTX-980으로는 제대로 된 딥러닝학습을 하기에 상당히 무리가 있다. 외부와 개방된 사회라면 인터넷을 이용한 클라우드컴퓨팅을 이용하는 방법이 훨씬 좋지만 북한에서는 불가능하다.
김일성종합대학이 북한에서 최고 연구기관 중 한 곳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른 기관의 컴퓨터 성능은 훨씬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연구진은 이런 컴퓨터 환경을 고려해 CPU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나름의 북한형 AI 기술을 개발한 모습이다.
한편, 북한은 해당 기술을 이미 군, 기관 등에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지난 1월 북한 당국이 최근 평양시 소재 국방성(前 인민무력성), 각 군 사령부 및 관련 대학 정문에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평양 軍요충지에 원격조종 자동차단문 설치”…보안 강화 일환)
당시 소식통은 해당 시스템으로 20m 거리에서도 위조 번호나 미등록된 번호를 단 자동차를 선제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해당 시스템은 국방성, 총정치국, 보위국, 총참모부 등 군 지휘부와 함께 평양시 소재 군종, 병종, 사령부 및 군사, 정치, 보위, 안전 대학에 적용됐다. 차후 많은 기관으로 관련 시스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이 지난 2019년 개발한 ‘동영상 감시체계’에도 새로운 번호판 인식 기술이 적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영상 감시체계’는 AI를 이용해 행인들의 신원과 차량 번호판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종합감시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