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북한의 학년말시험이 이례적으로 2월에 치러진 가운데 최근 고등교육성이 전국 13개 도·직할시·특별시별로 학생들의 학년말시험 평균 점수를 내 순위를 매긴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올해 2월에 진행된 전국 학년말시험의 점수가 학생 개개인에게도 통보됐는데 이후 고등교육성이 도·직할시·특별시별로 평균 점수를 내고 등수를 매겨 지난달 27일 전국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학생들의 학년말시험 평균 점수가 가장 높은 곳은 평양시였으며, 이어 ▲자강도 ▲함경남도 ▲평안남도 ▲황해북도 ▲함경북도 ▲개성시 ▲평안북도 ▲황해남도 ▲양강도 ▲강원도 ▲남포시 ▲나선시 순으로 순위가 매겨졌다.
이처럼 도·직할시·특별시별로 등수를 매긴 배경은 지난 2월 치러진 전국 학년말시험 평점이 과목당 5점 만점 채점법에서 최고 1.2점, 최하 0.8점으로 집계돼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전국 도별로 학년말시험 평균 점수가 어떻게 되는지 보고 그것으로 등수를 매기는 일은 원래 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전국 평점이 전년보다 낮게 나오자 새로 바뀐 고등교육상이 도별 평균 점수가 어떻게 되는지 등수를 매기라고 해서 매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초 8차 당대회 직후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겸 교육위원회 고등교육상에 부임한 리국철은 도별로 학생들의 학력과 교원(교사)들의 교육 수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면서 도별 분등(分等)을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재택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학생 간, 지역 간 학습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도별로 순위를 매겨 상황을 파악해보도록 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고등교육성은 전국 학생 실력평가 보고서 형태로 중앙당에 제의서를 올려보냈고, 이후 리국철 고등교육상은 중앙에 제때 상황을 보고하고 이에 대한 대책적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감사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학년말시험 평점 최하위권 3개 도(특별시)의 교육부(과)장들은 모두 해임됐고, 해당 도(특별시)·시·군에서 학년말시험 평점이 가장 낮은 학교의 교장들도 다 해임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학부모들은 “전염병(코로나19) 이전에도 학생들이나 교원들의 수준이 낮은 것이 심각한 문제였는데 전염병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식으로 원인을 돌리고 있다” “괜히 애꿎은 교장들만 두들겨 맞았다”는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학부형들은 방문수업 하기 전에 아이들이 수업하러 들어가면 교원들이 10분 정도만 진도를 나가고 알아서 복습하라고 하고서는 교실에서 나가 개인적인 일을 보는 일이 많았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그 정도로 그동안 교육이 제대로 안 됐는데 전염병 때문에 교육이 안 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어 어이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고등교육성은 이번 학년말시험 결과에 따른 대책으로 전국 학생들의 학력 수준과 교사들의 교육 수준을 높이겠다는 목적에서 전자교수(수업)안 경연을 제시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전자교수안 경연에 대한 통보서가 전국 사범대학과 교원대학에 내려져 지금 교수안 마련에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30일 “전국의 교원양성부문 대학들이 참가하는 전자교수안 경연이 곧 진행되게 된다”며 “이번 전자교수안 경연은 사범교육기관들 사이에 교육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경쟁 의욕을 북돋아 주고 나라의 전반적 교육사업을 빠른 속도로, 균형적으로, 통일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서 의의 있는 계기로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보기:
1일부터 ‘학년말시험’ 시작…코로나에 전례없이 2월에 치러져
봉쇄지역서 “학년말시험 답 줄 테니 돈 내라” 부정행위 벌어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