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리하고 춤 추고…선천군당 간부·아내들 체포돼 조사받아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압록강변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한국 동영상을 돌려보고 한국문화에 젖어 든 평안북도 선천군당의 간부들과 그 아내들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행위로 집중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선천군당의 간부들과 그 가족들이 남조선 영화, 드라마 등 동영상을 접하면서 자본주의 반동사상문화를 받아들이고 그대로 실천에 옮긴 것이 신고돼 지난 21일부터 중앙 연합지휘부의 집중검열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선천군은 과거 ‘지하종교’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던 지역으로, 북한은 이곳 주민들의 사상이 불순하고 의심된다면서 지금껏 한 번도 1호 행사와 같은 국가 주요 행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 선천군읍의 리(里) 당비서인 리모 씨는 군당 간부들을 집에 불러들여 먹자판을 벌였는데, 그 아내들이 한국 동영상에서 본 요리를 만들고 심지어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접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특히 이날 한 자리에 모여앉은 간부들과 그 아내들은 “남조선(남한) 사람들처럼 외국이나 나라 안의 명승지들을 찾아 즐기는 것이 얼마나 이상적이냐”면서 한국 사회를 동경하는 말들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들의 언행은 이날 모임에 직접적으로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리 씨의 집에 잠시 들른 농장 기술지도원에 의해 보위부에 신고됐고, 이는 평안북도에 내려와 있던 중앙의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에도 보고됐다는 전언이다.

당장 현지에 내려온 중앙 연합지휘부는 현지 보위부와 함께 문제의 간부들과 그 아내들을 전부 체포했으며, 서로 입을 맞출 수 없게 보위부 구류장에 따로따로 넣어두고 예심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위부는 한국 동영상이 어디에서 났는지를 캐고 있는데, 주모자로 지목된 선천군읍 리당비서 리 씨의 아내는 정주와 구성에 갔다가 장마당에서 파는 것을 몰래 사서 주변의 간부 아내들에게도 나눠줬다고 진술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에 중앙 연합지휘부는 정주와 구성의 장마당에까지 나가 현지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유포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사건의 진상조사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붙잡힌 간부들은 직위가 박탈되고 강력한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여 다시 솟아나기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