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실로 이름난 자강도 전천군 상업관리소, 중앙당 검열 붙어

해리서 털가죽 40% 빼돌려 밀수…당위원회 해산 보고 올라갔지만 현지선 '갸웃'

자강도 만포시의 한 공장. 큼지막하게 붙은 선전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교수 제공

북한의 ‘여성영웅’ 정춘실이 명예소장으로 있는 자강도 전천군 상업관리소에 최근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진행된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정춘실은 김일성 시대 세대별 물품공급 장부인 ‘우리가정수첩’을 고안하고 최초로 상업관리소에 후방기지를 도입해 주민 생활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북한 최고의 훈장인 김일성 훈장과 이중 노력영웅 칭호를 받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런 그가 명예소장으로 있는 전천군 상업관리소는 해마다 많은 양의 누에고치와 해리서(뉴트리아) 털가죽을 생산해 국가에 수매하고,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군내 인민생활에 돌려왔다. 그러나 최근 한 무역일꾼의 밀수와 연관돼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자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안은 나선에서 전천군 상업관리소 가짜 와크(무역허가증)를 가지고 활동하던 40대 초반 무역일꾼 전모 씨로 인해 불거졌다. 전 씨는 약 10년간 나선에서 불법으로 무역 일을 해오면서 자신을 정춘실의 조카라고 속여 위세를 부리다 주변의 눈총을 받아 왔다.

그러던 중에 이달 초 나선에서 전 씨에 대한 신소가 제기됐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수입물자소독법이 채택돼 소독 장비를 들여와야 했던 나선세관은 세관을 통해 일하고 있는 무역일꾼들에게 일부 비용 부담을 요구했으나, 전 씨가 이를 거부하자 중앙당에 그를 신소했다는 것이다.

신소를 접수한 중앙당 조직지도부는 전 씨에 대해 알아보던 중 그가 전천군 상업관리소 가짜 와크를 들고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내각 상업성 실무일꾼들이 상황을 파악하려 나선에 내려왔고, 이로써 전 씨가 수년간 불법 와크로 해리서 털가죽을 밀수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그가 밀수한 해리서 털가죽의 출처가 전천군 상업관리소로 확인되면서 결국 이곳에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붙게 됐다는 설명이다. 내각 상업성과 도(道) 검찰소까지 합세한 이 검열에서 전천군 상업관리소가 연간 생산한 해리서 털가죽의 60%만 국가에 수매하고 나머지 40%는 하등품으로 둔갑시켜 빼돌려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하등품으로 처리돼 창고에 보관돼 있던 해리서 털가죽에 대한 품질 등급을 재확인하기 위해 국가품질감독위원회 감독원 5명이 현지에 내려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피 품질감독 전문가들인 이들 감독원은 하등품의 등급을 다시 매겼는데, 품질이 매우 우수한 일등품으로 판명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결국 당 조직지도부는 전천군 상업관리소 당위원회 해산을 1호 보고로 올렸으나, 현지에서는 전천군 상업관리소가 김일성의 업적을 전하는 사적 단위라 간부사업(인사)을 할 수는 있어도 당위원회를 해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무역일꾼 전 씨와 밀수에 관여한 전천군 상업관리소 수출입판매과장, 전천군 품질감독소 산하 품질감독원 등은 국가재산탐오낭비죄로 도 검찰소에 붙잡혀간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들은 노동교화형 10년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강도 사람들은 본래 교화소에 가게 되면 자기 도에 있는 성간교화소에 가는데, 법관들은 같은 도에서 교화생활을 하면 편하게 지낼 수도 있으니 힘들게 교화생활을 해야 한다며 아예 다른 지역의 교화소에 보내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