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代 동상 보위하라”…북한, 지하 벙커 자동은폐 체계 구축 지시

20일 총정치국‧총참 공동명의 명령문 하달...“각 군 이르면 내달 1일부터 관련 작업 착수”

김일성
2019년 7월 8일 김일성 사망 25주기를 맞아 북한 주민들이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헌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군이 최근 김일성-김정일 동상이 설치된 군종, 병종사령부 및 대학, 군관학교 등지에 동상 하부 갱도 마련 및 자동 은폐 기기 설치 작업을 진행하라는 명령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유사시(전시) 혁명의 수뇌부를 보위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높이면서 이른바 선대(先代) 수령을 활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식(式) 체제 결속 강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26일 데일리NK 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일 총정치국‧총참모부 공동명의로 이 같은 내용의 명령문이 하달됐다. 또한 “유사시 동상 보위사업을 재점검하고, 이를 혁명의 수뇌부 안전과 집결된 중요한 사업으로 간주하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아울러 당국은 동상 보존 벙커를 ‘사적 갱도’로 공식 명명하면서 숫자자동화체계 도입 수직형 사적 갱도를 올해 가을까지 완공하라고 못 박았다. 특히 이를 각 부대의 충성심 척도로 검증할 것이라는 엄포도 빼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각 단위에서는 이 사업을 공병 및 기술부대 전문가들에게 맡긴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내달 1일부터 바로 수직 갱도 자동화 작업에 돌입하겠다는 단위도 나오고 있다.

여기서 당국도 김책공업종합대학교 공학연구사들과 1여단 기술 일군(일꾼)들을 동원, 각 군을 기술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동상이 평지에 있는 단위에서 ‘좀 난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갱도를 파는 데 많은 공력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러다 사적비까지 대피 갱도를 설치하라는 소리까지 나올지 모른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김정숙(김정일 생모), 김정일 단독 동상이 있는 여타 기관에 이와 관련된 특별 지시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숙(김정일 생모, 左)와 김정일(右) 동상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한편 숫자자동화체계 도입 수직형 사적 갱도는 적의 공습폭격 시 동상 안전을 대비하자는 목적으로 지휘부 청사와 동상을 잇는 케이블을 설치해, 공습 경보가 울리면 바로 동상을 아래 벙커로 은폐시킬 수 있는 방식이라고 한다.

김 부자 동상을 수호하기 위해 교대 근무, CCTV 설치 등의 움직임을 보여왔던 당국이 보다 정교한 방안까지 고안한 셈이다.

소식통은 “사적 갱도가 완성되면 동상 일상 안전 유지 관리는 각 부대 정치부가 주관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체제 수호에 관한 사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