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도 병원 ‘텅’ 비어있어…혼자 아기 낳던 임산부 끝내 사망

2019년 3월 함경북도 온성군 살림집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의 살림집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의 한 여성 주민이 의사가 없는 병원에서 혼자 아기를 낳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온성군 강안리에 사는 한 여성이 이달 초 출산 신호가 와서 병원을 찾았는데 병원들이 다 비어있어 혼자 아기를 낳다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에 남편이 도당에 신소까지 했지만 특별한 처리가 없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배급도, 생활비(월급)도 받지 못한 의사들이 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달 초 출산이 임박해온 온성군의 여성은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동네 진료소로 갔지만 의사도 없이 텅 비어있어 할 수 없이 리(里)에 있는 병원으로 몸을 옮겼다. 그러나 그곳에도 역시 의사들이 출근하지 않아 남편이 아내를 두고 의사들을 찾아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은 겨우 의사를 한 명을 찾았지만, 하필 다른 과 의사여서 또다시 산부인과 의사를 찾아다니던 중에 아내는 결국 혼자서 출산을 시작했다.

앞서 그는 임신 중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았으나,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배 속의 아기가 쌍둥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날 첫 번째 아기가 나온 뒤 배 속에 아기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렇게 또다시 혼자 아기를 낳다가 과다출혈로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소식통은 “이날 남편은 아내를 소달구지에 태우고 먼 리 병원까지 나오느라 갖은 고생을 다 했는데 산모도 이 과정에 너무 시간을 끈 데다가 힘들게 찾아간 병원에 의사까지 없어 사망에 이른 것”이라며 “결국 화가 오를 대로 오른 남편이 도당에 신소했다”고 말했다.

이 남편은 신소에 전염병(코로나19) 사태로 분주한 시기에 의사들이 자기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아내가 사망했다면서 주민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들이 어떻게 대낮에도 병원을 비울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해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도당은 임산부의 사망에 대해 병원에 알아보고 추궁은 하고 있지만 딱히 할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병원 의사들도 다른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배급도 생활비도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에서 누가 책임을 질 일은 아닌 것으로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전했다.

이 사건을 접한 주민들은 결국 남편만 억울한 상황이 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는가 하면 당국이 임산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