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연말까지 진행되는 80일 전투의 선차적인 과업으로 비상방역사업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방역의 최전선인 국경 지역에는 한층 더 긴장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현재 국경 지역으로 오는 통행증은 일체 발급하지 않고 있고, 아래로 내려가는 통행증 역시 꼭 가야 하는 출장이 아니고서는 절대 떼주지도 않고 있다”며 “방역에 초점을 맞춰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80일 전투에 들어서서부터는 더 예민하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한 국경 단속과 감시를 강화하는 분위기였지만, 80일 전투에 본격 돌입하면서는 국경 지역에 대한 통제 수위를 한층 더 높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국경경비대원의 말에 따르면 80일 전투 기간에 단 한 건의 사건 사고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중국에서 전염병이 건너오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특별지시가 내려왔다”며 “개미 한 마리도 얼씬 못 하게 하라는 특별지시에 따라 여단 지휘부에서 군관들도 여러 명이 파견됐고, 이들은 매일 교대로 국경 초소를 다니면서 근무상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삼엄한 분위기에 그동안 밀수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던 현지 주민들은 “연말까지 진행되는 80일 전투 기간만이라도 자제하자”면서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소식통은 “지금은 잘못 걸리면 시범껨(본보기)으로 엄격하게 처리되기 때문에 80일 전투 돌입하면서는 사람들이 잘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경 군인들에게 뇌물을 많이 주고 밀수하는 사람들이 혹간 있기는 하지만 매우 조심하는 상태고, 총체적으로 보면 80일 전투 들어서면서 거의 80% 이상 (밀수 시도가) 줄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경경비대나 현지 보위부가 확실하게 뒤를 봐주는 밀수업자들은 오히려 밀수가 잘 안 될 때,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을 때가 호황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밀수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일반 주민들은 80일 전투 기간에 돌입하며 한층 강력해진 북한 당국의 국경 단속에 노골적인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중국에서 물건이 들어와야 먹고 살 텐데 다 막아놓고 굶겨 죽일 작정이냐며 이러다가는 겨울나기 전에 다 죽겠다고 대놓고 말들을 하고 있다”며 “월동준비는커녕 먹을 것도 거의 떨어져 가는 판국에 80일 전투를 빌미로 단속 통제만 늘어나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정신사상으로 전투를 치르라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불평이 많다”고 했다.
특히 주민들은 당국의 국경봉쇄 효과에 상당한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주민들은 흉흉한 소문들에 전염병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당국의 선전을 믿지도 않을뿐더러 이미 내부에 바이러스가 퍼졌는데도 괜히 국경을 막아 살기만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한편, 북한 당국은 80일 전투에 들어서면서 국경 지역 인민반 회의를 통해 일가친척은 물론이고 외부 인원을 가정에 들여서는 안 되며,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 있으면 즉시 분주소에 알려야 한다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또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철저한 위생과 방역수칙을 지키고 되도록 밖을 돌아다니지 않도록 하되, 불가피하게 나가야 한다면 무조건 ‘위생통과증’을 떼고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국경 주민들은 당국의 이 같은 단속에 “지금 비루스(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건 굶주림이고 추위”라고 말하면서 코로나19 유입보다 당국의 국경봉쇄가 더욱더 치명적이고 위협적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