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륙의 군부대를 국경에 투입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차단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 함경북도 회령에 일명 ‘폭풍군단’이라 불리는 11군단 군인 100여 명이 추가로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두만강을 끼고 있는 회령 국경 마을에 폭풍군단에서도 경보병여단 소속으로 추정되는 1개 중대 인원이 증파됐다.
현재 북한 당국은 국경에 접근하는 인원과 짐승에 대해 무조건 사격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데, 코로나19 차단 사업을 위해 국경 지역에 투입된 군부대들에도 무단으로 강에 접근하는 자들과 도강 및 탈북을 시도하는 자들은 물론 야생동물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발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이번에 회령 국경 마을에 들어온 폭풍군단 무장 인원들은 국경에 접근하는 산짐승과 조류 사냥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이들은 두만강가에서 야생동물을 발견하는 즉시 총으로 쏴 죽이고 있다”고 전했다.
증파된 폭풍군단 1개 중대에는 특종 그물포 등 사냥용 무기와 폭탄이 공급됐으며, 이들은 현재 이를 관리·이용하면서 국경 방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식통은 “최근에도 이들은 두만강 위를 날아 중국에서 우리나라 쪽으로 넘어오던 까마귀들을 총으로 쏴 죽였다”며 “이렇게 해서 강 위에 떨어진 사체는 떠내려 보내고 우리나라 땅으로 떨어지면 다 불태워버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식통은 “이들은 이것이 응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보고 있으며, 스스로 전염병 유입 차단을 위해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사람에게서 동물로 전파되는 사례들은 종종 나타나고 있지만, 반대로 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전염병 차단을 이유로 각종 야생동물을 살생하는 공세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에 현지의 북한 주민들은 “짐승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막 넘어오다 총에 맞아 죽는다”며 측은함을 느끼기도 하고, 삼엄한 국경 분위기에 “지금 두만강 쪽이 너무 살벌해서 강가로 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는 등 공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회령뿐만 아니라 앞으로 국경 지역의 주요 도시들에도 이처럼 임시적 특수 임무를 맡은 무장 군인들이 중대나 소대 단위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본보는 지난 8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과 맞닿은 접경 지역들에 폭풍군단, 7군단 등 내륙의 군 병력이 투입됐다고 전한 바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 방어 작전을 수행하며 밀수와 탈북 등 불법 행위 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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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은 내년 초 8차 당대회를 앞두고 ‘80일 전투’에 돌입하면서 코로나19 방역을 우선적인 과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각급 비상방역 부문에서 방역 안정 형세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대책 엄격히 시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앙비상방역 부문에서는 국가비상방역 사업을 더욱 강화하여 방역 전선을 철통같이 견지하는 것을 80일 전투의 주되는 투쟁목표로 내세운 우리 당의 의도에 맞게 조국보위전, 인민보위전에서 일군(일꾼)들의 책임성과 역할을 부단히 높이기 위한 조직사업, 총화사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에서 ‘비상방역 사업을 공격적으로 벌려나가는 데서 당원의 책임과 본분을 다해나가야 한다“며 “전체 당원들은 악성 전염병의 침습으로부터 인민들을 지켜내는 것이 당이 준 특별 분공이라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고 방역장벽을 더 굳건히 다지는 성돌이 되고 방탄벽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신문은 ‘비상방역 사업을 80일 전투의 선차적인 과업으로 틀어쥐고 더욱 강도 높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비상방역 사업을 모범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몇몇 단위들을 소개하며 방역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