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 전투’ 성과내려다 결국…청진제강소 돌격대 9명 사상

중앙당에선 "일꾼들 사상정신적 태도 좋다" 되레 칭찬…주민들 "전투가 사람 잡는다"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내년 초 8차 당 대회를 앞두고 ’80일 전투’에 돌입한 북한 함경북도의 청진제강소에서 식지 않은 용광로에 돌격대를 투입했다가 결국 사상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지난 12일 청진제강소에서 80일 전투에 처음 돌입하면서 새로 복구한 3호 용광로가 채 식지 않은 조건인데도 노동자들로 생산 돌격대를 조직해 투입시켰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5명이 질식사를 당하고 4명이 3도 화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제강소의 간부들과 기술진은 달궈진 용광로가 10일 이상 지나야 안전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80일 전투에 하루빨리 돌입해야 한다는 성급한 마음에 노동자들을 아직 식지 않은 상태의 용광로 안으로 내몰았다.

결국 일이 터지자 중앙당과 도당에서는 부랴부랴 사고검열 조사조를 꾸려 지난 14일 사고심의를 진행했는데 제강소 당위원회는 그 자리에서 “로(爐)를 10일 이상 식혀야 하는데 현재 국가계획이 많이 미달된 상태고 80일 전투 기간 내에 어떻게 하나 미달한 계획을 완수하고 더 높은 성과를 올리자는 것이 이렇게 됐다”고 변명했다는 전언이다.

중앙당의 일꾼들은 이 같은 답변에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지 그렇다고 사고까지 내면서 하면 되느냐고 반문하더니 “아무튼 80일 전투에 돌입한 제강소 일군(일꾼)들의 사상 정신적 태도가 좋다”며 칭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심의에서는 질식해 사망한 노동자들과 화상을 입은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구두 인사말을 보내고, 형식상 공장기술과 과장과 부기사장에게 당적 처벌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고심의 결과는 현지의 주민들에게도 알려졌고, 이에 주민 대부분은 “전투가 사람을 잡는다”, “실력 있는 기능공들이 돌격대에 망라돼 결국 사고를 당했다”, “밤낮 전투, 전투 하면서 이들을 다 잡으면 누구랑 혁명하겠는가”라는 등 비난과 한탄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소식통은 “3도 화상을 당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평양의학대학 병원으로 호송시키는 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의 가족들은 그러잖아도 먹고살기 어려운데 집안에 환자까지 생겨서 어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소식을 들은 현지 주민들은 화상을 입은 노동자들의 가족들은 지금같이 살기 어려울 때 평생 안고 갈 짐을 안은 것과 같으니 죽은 이들의 가족에 못지않다고 말하면서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