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의 태풍사태로 북한 함경북도에서 고독사하는 노인들이 많아져 각 인민반이 홀로 사는 노인들을 장악해 돌봐주라는 당국의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에 “최근에 함경북도 인민위원회는 이번 태풍 기간에만 36명의 노인들이 집에서 홀로 사망했다는 통계자료를 통보하면서 이에 대한 조치로 동사무소들에서 노인들을 책임지고 돌봐줄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 인민위원회는 태풍피해로 산간지대와 바닷가 어촌마을에서 혼자 사는 노인들의 피해가 컸다고 지적하면서 동사무소가 거동이 불편해 밖에 나다니지 못하는 노인들을 잘 살펴 야기된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조했다.
소식통은 “이번 태풍에 젊은 사람들도 죽은 경우가 많지만, 집에서 나오지 못하고 누운 채로 사망한 노인들의 피해도 컸다고 한다”며 “대부분은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사망한 것이라 그야말로 생죽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런 사태가 발생한 지역의 지구반장과 인민반장을 추궁하고 책임을 물어 교체를 지시하는가 하면 인민반이 독거노인들을 장악해 노인대장(인명부)을 만들고 각 세대가 날짜별로 돌아가면서 확인해 각급 인민위원회에 보고하는 사업체계를 10월 10일 당 창건일까지 완전히 체계화할 것을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시에 인민반장이나 주민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들 대부분이 먹을 것이나 입을 것, 땔 것이 부족해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편으로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민반에서 그것을 책임지고 보살펴주라는 것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주민들은 개별적인 세대들 자체로도 전염병(코로나19)과 태풍으로 다 같이 고통을 겪으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고 내 부모도 돌봐주기 어려운 형편인데 혼자 사는 노인들까지 돌봐주라니 당치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실제 인민반장들은 매일같이 국가건설에 동원되고 먹고살기 위해 시장에 나가 헤매야 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집의 노인이 어떻게 사는지를 들여다볼 시간도 없다며 노골적으로 의견을 부린 것으로도 전해졌다.
소식통은 “동사무소 일군(일꾼)들도 주민들의 이 같은 불만에 쓴소리할 수 없는 처지”라며 “주민들의 살아가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동 일군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국가 정책이라 어길 수 없으니 일단은 집행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