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자전거 빼앗고 살해한 제대군인 교화 10년 선고

재판부, 사형 무기징역 선고하던 관례 깨고 사실상 선처

지난달 초 함경북도 국경지대의 살림집 모습 / 사진=데일리NK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자전거와 현금 등을 빼앗은 제대군인이 공개재판에서 교화(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고 내부 소식통이 16일 전해왔다.

북한에서 강도 살인 등을 저지른 흉악 범죄자는 전과가 없어도 통상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살인죄에 교화 10년 형은 이례적으로 가벼운 형에 해당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청진시에 거주해온 제대군인이 젊은 여성(25세)을 살해하고 자전거와 돈을 도적질한 죄목으로 지난달 중순 공개재판을 받았다”면서 “주민 상당수가 사형을 예상했는데 교화 10년에 그쳐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이 제대군인에게 사실상 재판부의 선처에 해당하는 10년 형이 선고된 것은 군사복무 당시의 성실함과 사실상 고아 상태로 귀가한 점이 참작된 것으로 현지 주민들은 보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제대군인은 지난해 군사복무를 마치고 고향인 청진으로 돌아왔지만, 부모가 사망한 터라 사실상 빈집으로 돌아와 홀로 생활해왔다. 귀가한 다음날부터 먹는 문제 해결에 나서야 했고, 인민위원회에 직장과 배급을 요청했으나 원활하게 해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시장에서 하루 벌이 등으로 생활고를 겪다가 수남시장에서 가까운 수성천에서 배를 타고 건너다니며 밥벌이를 했고, 매번 배에서 빨간 자전거를 이용해 장사를 다니는 20대 처자를 발견하고 강도 행각을 벌일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재판에서 발표된 제대군인의 범죄 사실에 따르면, 지난 4월에 배를 타고 귀가하는 여성을 따라가 자전거와 돈을 빼앗으려고 시도했고, 여성이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코과 얼굴을 틀어막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청진시 보안서에서 수사에 나섰고, 피해 여성의 자전거를 타고 수성천 인근을 다니다가 제보를 받은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군인은 체포와 보안서의 자백 요구에 순순히 응했고, 평소 행적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이웃 주민들은 제대군인의 딱한 사정과 성실한 생활 태도를 들어 감형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옹호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보안서에서도 예심을 마치고 범죄사실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성장 배경과 군복무, 부모 사망 및 어려운 환경을 감안해 생활고에 따른 범죄를 저지르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에 이른 정황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실제 재판에서도 감형이 가능했을 것으로 소식통은 분석했다.

북한은 3급 2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일반 범죄사건의 경우 대부분 1심으로 형이 확정된다. 검찰이 선고 형량에 이의를 제기해 ‘항의’(우리의 항고 해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식통은 “죽은 여자의 가족도 억울하고 분하지만, 이 제대군인이 형편이 어려워도 군사복무와 제대 후 생활을 잘했던 점이 반영된 재판”이라며 “주민들도 여기에 큰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제대군인은 재판 후 전거리교화소(함경북도 회령 소재)에 수감돼 복역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