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외국 정상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이명박 대통령은 23일(한국시각 24일) 대통령 특별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G20 금융정상회의와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결산하고 대북관계, 미국 신(新) 정부와의 관계설정, 금융.실물위기 극복 방안, 세일즈 외교행보 등을 소상히 설명했다.

간담회는 특별기내 회의실에서 1시간 40분간 비교적 길게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 직후 `맥주 한 잔’을 제안, 20분 정도에 걸쳐 가벼운 담소가 오가기도 했다. 간담회에는 통신, 신문, 방송 등에서 선별된 기자 7명이 대표단의 성격으로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거둔 소득에 다소 고무된 듯한 분위기였다. 보호무역주의 발흥 경계, `Stand Still'(새 무역장벽 동결선언) 등 우리가 내세운 원칙들이 관철된 데다 신흥국들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한 것으로 평가받는 등 국제금융무대에서 우리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Stand Still이라는 용어가 G20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하나가 될 정도였고, 어떤 데에서는 Stand Still이라고 하면 한국 주장이 너무 그대로 들어가는 것 같으니까 풀어서 넣어야 겠다는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 브라질, 영국이 G20의 조정국이 됐는데 이는 결국 의장국이 됐다는 것”이라며 “역사적인 변화를 가져오는데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된 것은 한국이 그만한 자격이 있는 것이지만 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 대해선 철저한 한미공조, 통미봉남 철폐, 정상적 남북관계 구축 등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에 신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기존의 대북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 전에 북한의 개성관광 및 남북철도 운행 중단 등 사실상 남북관계를 전면 차단하는 고강도 조치를 발표한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론적 수준의 언급이 나온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 있어서 사실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 없고, 또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게 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남북관계의 폐쇄 불가피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브라질, 페루 정상들과의 회담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기왕에 이렇게 멀리 왔으면 내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상회담 가서 적어준 것 읽고 회의 끝나고 악수하고 돌아오는 회담을 100번 하면 뭣하느냐”라고 반문한 뒤 “한 번 만나도 완전히 기억에 남고 떠나고 나면 보고 싶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을 예로 들며 국익을 위한 언론보도를 거듭 강조한 뒤 “지난 번 워싱턴 특파원들과 얘기를 했는데 내가 A라고 했는데 한 쪽은 A라고 나오고 다른 쪽은 B라고 나왔다”며 “뭐가 진실인지 알면 진실보도가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