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남북정권 공조로 차기대선 올인

▲ 몽골동포와의 간담회에서 격려사 하는 노무현 대통령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차기대선까지 김정일 정권과의 공조에 올인하면서, 향후 대북정책으로 정권 재창출을 기도하겠다는 의지가 더욱 뚜렷해졌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으로 한반도가 제2의 6.15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가운데, 2차 정상회담을 통한 김정일 정권 껴안기에 나설 경우 대미, 대일 관계에서 벗어나 독자노선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9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제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를 강력히 희망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 완전히 열어놓고 있다. 장소와 내용을 불문하고 만나자는 말을 수 차례 해왔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 대해 ‘양보’를 거듭 강조하면서, 조건 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만남’ 보다 ‘내용’을 중시했다. 정상회담을 하면 북핵문제에 대한 진전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무엇을 합의하고 성사시키느냐가 중요하다. 회담 성사를 위해 무리한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지금까지의 대국민 약속을 뒤집고 ‘일단 만나고 보자’로 입장이 바뀌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몽골 발언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재판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DJ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두 달여 앞두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지원과 당국자간 대화, 특사교환을 촉구하는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시기와 내용면에서 상당한 유사점이 발견된다.

대북 금융조치에 나선 미국과는 상당한 온도차

북핵문제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정상회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노 대통령이 DJ 방북을 앞두고 조건 없는 만남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DJ 방북에 앞서 대통령이 나서서 회담 성사를 위해 분위기를 최대한 띄워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남북간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진전돼 사전 정지작업 차원의 발언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남한 정치 상황이 정상회담 성사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노 대통령은 한미연합 훈련에 대해 북한이 느낄 수 있는 불안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이) 손잡으면 우리도 발전할 수 있겠구나라는 기대를 가져야 할 때”라고도 했다. 북한의 범죄행위 근절을 위해 국제공조에 나서고 있는 미국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노 대통령이 미국과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금융압박을 통해 북한의 태도를 바꾸려는 미국의 정책과 충돌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한 외교당국자는 미국의 금융제재 장기화 조짐에 대해 “우리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동안 미국과의 조율을 통한 대북 중재역할을 강조한 한국 정부가 국내 정치 상황과 미-북 마찰 등 여러 원인 때문에 독자적인 문제해결로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남북공조 독자노선으로 치달을 우려

남북관계를 통한 북핵문제는 실질적 진전이 없다. 남북 당국간 대화도 늘고 경협액수가 1조원을 넘어갔지만, 북핵은 요지부동이다. 이는 김정일 정권이 남한과는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지원만 받겠다는 의미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先 북핵해결 後 정상회담’이라는 전제조건까지 제거해버린다면 북한은 대외적 고립으로부터 탈피하고 대규모 경제지원을 얻기 위해 정상회담을 전향적으로 고려할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남북 정권간의 밀월은 미•중•일의 입김을 제거한 채 민족주의 독자노선으로 치달을 우려마저 제기된다.

지금까지의 북핵 경과는 남북의 밀월로 북핵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실제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경우 남한은 한미공조라는 안전핀을 뽑고 김정일에 올인하는 무모한 도박을 벌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전제로 내세운 북핵문제의 의미있는 전진이라는 과제를 스스로 포기했다면, 결국 DJ 방북은 남북간 정치적 흥정을 위한 ‘늙은 거간꾼’ 역할에 지나지 않을 것이는 비판이 높아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신주현 취재부장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