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뉴욕 양자접촉’ 언급, 北유인책으로는 한계

▲ 29일 뉴욕 북미 양자접촉 가능성을 언급한 힐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최근 북한과 양자접촉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과 관련, 미국이 북한의 태도를 완화 시킬 수 있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요구하는 양자협상과는 근본적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새로운 유인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달 29일 한겨레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 그 틀 안에서 비공식적, 양자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하고 싶다거나, 본회담 사이에 협의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그런 제안들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입장”이라고 이 신문이 2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힐 차관보는 뉴욕 채널을 통해 몇 달 전까지도 (북한과)접촉을 해왔다면서 북한이 회담 복귀 의사만 밝히면 양자회담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했다는 것.

힐 차관보, 6자회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양자회담 반대

힐 차관보는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6자회담에 참여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제안이 있으면, 그런 제안을 우리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뉴욕접촉은 6자회담 틀 안에서 진행되는 대화 형식으로 규정했다.

이번 힐 차관보의 ‘북∙미 양자접촉 가능’ 언급을 새로운 협상 활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6자회담 내 양자회담 수용’이라는 입장과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

뉴욕 북-미 양자접촉은 6자회담장을 벗어나 양국이 개별 접촉을 갖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지금까지 양자접촉은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는 이상의 의미를 주지 않았다. 양국이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6자회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양자접촉을 갖는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힐 차관보는 지난 2월 한 국내 토론회에서 “6자회담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미국과 북한 간 양자회담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 양자접촉, 긍정적 신호이나 회담 복귀 유인책은 안 돼”

미국은 ‘양자접촉’의 의미를 “북한의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고 미국 입장을 해명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다. 북∙미 양국은 작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뉴욕에서 양자접촉을 가졌지만 별 성과 없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 2월 한∙미∙일 3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 6자회담 내에서 양자회담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합의했다. 이는 3차 6자회담까지 있었던 양자접촉을 회담으로 격상시키는 데 회담 참가국들이 합의에 이른 것으로 북한 핵 보유 성명 이후 마지막 유인책으로 평가됐다.

부시 정부가 다자회담을 고집하는 이유는 “다시는 북한에 속지 않겠다”는 입장 때문이다. 즉 제네바 합의를 실패로 간주하고 주변국을 끌어들여 북한 핵을 다자문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6자회담 내 북∙미 접촉을 허용하고, 최근에는 접촉을 회담으로 격상시키는 데 동의했지만 여전히 6자회담에 영향을 주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북한은 1차 북핵위기에서 큰 재미를 본 양자회담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북∙미 양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양자회담에서의 이익이 훨씬 큰 것으로 보고 있어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 최대한 많은 실리를 얻어내는 동시에 중국을 당사자로 끌어들이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다룰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에 양보안을 통해 북한과 협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북한은 최대한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연구원 허문영 선임연구위원은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지만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는 처방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북한은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서 자기 의견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보려는 협상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극단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