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상물 시청·유포한 해주시 대학생들, 공개재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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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저장장치 USB. /사진=데일리NK

지난달 말 북한 황해남도 해주시에서 한국 영상물을 보고 이를 유포한 대학생 3명이 공개재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데일리NK 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해주농기계공장 앞마당에서 주요기관 간부들과 중학생, 대학생들을 포함한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한국 영화와 음악편집물 등 소위 자본주의 녹화물(영상물)을 보고 주변에 유포시킨 주민 3명에 대한 공개재판이 진행됐다.

문제시된 주민 3명은 20대의 해주사범대학 학생들로, 이들은 평소 똘똘 뭉쳐 한국 영화와 음악편집물(뮤직비디오) 등 불법 녹화물을 시청하고 이를 주변의 다른 대학생들에게 유포한 혐의로 족쇄에 묶인 채 공개재판을 받았다.

북한은 공개재판에 부쳐진 대학생들의 부모들과 부모들이 소속된 기관의 당 비서 및 기관장들까지 끌어내 맨 앞줄에 앉힌 뒤 각 대학생의 이름과 부모들의 이름은 물론 어떤 집안의 몇째라는 것까지 일일이 거론하면서 “앞으로 시내에서 머리를 쳐들고 다니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는 전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 대학생 3명은 다른 학생에 의해 신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신고자를 찾아가 위협을 가하고 그 즉시 다른 곳으로 피신하려다가 이들을 감시하고 있던 인민반장의 신고로 체포됐다.

이후 보위부는 대학생들의 집과 대학 사물함 안에서 한국 영화와 음악방송, 뮤직비디오 등이 담긴 여러 개의 메모리를 발견했으나, 이들이 앞선이나 출처를 끝까지 실토하지 않아 더욱 격분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북한은 해주사범대학을 비롯한 시내의 모든 대학에 당장 검열조를 파견해 학생들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현상들을 모조리 뿌리 뽑겠다고 선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정치투쟁, 계급투쟁으로 간주하고 적들의 반동사상문화가 침습하지 못하도록 자수하는 사업, 신고하는 사업, 감시하는 사업을 전군중적인 운동으로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아울러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와 사법기관들에도 주도성과 창발성을 발휘해 문제 행위들을 적발하고 무자비하게 처갈겨야 한다면서 걸리는 자는 출당, 철직, 추방까지 각오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