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지역 농장에 무장군인 파견…벌써부터 ‘군량미’ 확보 나섰다

예년보다 두 달 빠르게 농촌에 내려와...장마·태풍 인한 수확량 감소 전망에 군량미 접수 서둘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월 28일 제8호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넘어진 농작물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일꾼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장마와 태풍으로 피해를 본 북한 곡창지대 농장들이 옥수수 조기 수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인민군 후방총국의 결정에 따라 각 군부대 후방부가 군량미를 확보하려 예년보다 일찍 무장인원을 선발해 농장들에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는 수확한 벼와 옥수수를 탈곡하는 작업이 한창인 10월 말쯤 군부대들이 협동농장에 들어와 군량미 인수 작업을 진행했으나, 올해는 장마와 태풍 피해가 채 가시기도 전인 9월 초부터 담당 농장들에 내려와 재빠르게 군량미를 거둬가려는 모양새다.

황해남도 군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후방부에서 기가 세 보이는 경비, 보병, 공병 부문 군관들과 무장한 군량미 접수조, 호송원 10여 명을 데리고 농장마을마다 숙소를 정하고 담당 지정된 곡식을 받아가려고 서로 일찍들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이미 전부터 국가가 군 식량을 책임지지 못하는 형편이 되자 부대 주둔지의 인근 농장이나 곡창지대의 농장들을 지정해 가을철이면 군량미를 보장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하나의 정기적인 체계로 만들었다.

소식통은 “작년만 해도 농장 강냉이(옥수수) 탈곡을 마감하고 벼 탈곡을 시작하는 때에 군량미 인수자들이 들어갔는데 올해는 예년보다 이른 8월 말에 인민무력성 후방국으로부터 군량미 접수지시가 떨어져 각 군 후방부들의 담당 지역과 농장들이 정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군량미 접수조가 파견된 배경에 대해 “일단 농장들의 강냉이 조기 수확이 진행되고 있고, 올해 알곡 수확고 감소가 뻔한 상황에서 일찍이들 농촌에 나와 강냉이 건조 시기부터 무장으로 낟알을 지켜서 가져가야 분량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부대별 군량미 접수조와 호송원들은 이달 5일까지 담당 농장에 모두 파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재 황해남도 강령·옹진·태탄·장연군 등에 걸쳐있는 재령벌과 연백벌의 농촌들에는 포전·도로정리와 석축 쌓기 등 피해복구 작업에 동원된 군인들에 군량미 접수를 위해 내려온 무장군인들까지 더해져 맨 군대 판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 때문에 농장원들 사이에서는 “올해 수확고가 떨어져 우리도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군대들을 보니 한해 한해 농사를 짓고픈 마음이 없어진다” “차라리 밭을 통째로 나눠줘서 군대들이 직접 다 농사를 짓게 하는 편이 낫겠다”는 푸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농장원들은 올해같이 힘들 때는 군대에 바칠 군량미를 절반으로 삭감해주면 좋겠다면서 속상해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무장한 군량미 접수조는 피해지역들에서 떨어진 옥수수 이삭들을 거둬들일 때부터 농장 탈곡장을 지킨다고 혈안이 돼 있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한 농장에 여러 군부대가 지정돼 서로 먼저 양곡을 확보하려 견제하는 과정에서 총기사고가 자주 일어난다는 점이다. 더욱이 장마와 태풍 피해로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는 올해에는 군량미 분량에 대한 부대 간 기 싸움이 더욱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식통은 “부대들은 올해 농촌들의 막심한 피해로 제한된 알곡 수량을 놓고 부대별 군량미 인수자들 간에 싸움이 벌어질 것이 뻔해 하나의 강냉이 이삭이라도 목숨으로 지켜야만 올해 군량미를 가져갈 수 있다고 결사의 각오를 하고 있다”며 “건조되고 탈곡하는 족족 1톤씩 기준량을 실어 재빠르게 이송하든지 쌓아놓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