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先 종전선언’ 외치는 文대통령과 동북아 패권경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쿼드·서밋’(QUAD Summit: 4개국 정상회의)이 대면으로 열린다.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을 받고 호주, 인도, 일본의 정상들이 백악관에서 만났다. 회담은 지난 9월 13일 미 백악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예정되었었다. 쿼드는 그동안 장관급 회의로 운영되었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정상급으로 격상되었고 지난 3월 첫 비대면 정상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번 회담에서는 다자협의체를 통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지역에 대한 관여 증대 및 코로나19 대책과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 대응 및 사이버 문제에 대한 대책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다자안보협력체 구상 및 위생·보건 협력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대중국 견제장치이자 반중전선의 형성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간(9.20-27) 외교 무대를 통해 대중 견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1일은 총회 연설자로 나섰고, 호주와의 정상회담(뉴욕), 영국과의 정상회담(백악관)과 더불어 22일에는 ‘세계 코로나19 정상회의’를 소집했는데, 사전에 각국 정상에게 초청장을 보냈었다. 그리고 24일에는 대중 견제 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도 개최한 것이다.

미중 신 냉전 구도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9일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90분간 통화를 한 이후 11일, 시 주석을 겨냥해 “21세기에는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없다고 믿는 독재자들이 많이 있다”고 성토했다.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두 정상은 서로를 겨냥한 날카로운 발언을 주고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격하게 경쟁할 것이고, 미국의 안보 초점이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했다고 분명히 밝히며 동맹(우방)국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동맹’을 8번이나 언급했다. 점점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는 양국이다.

미중 신냉전 구도, 양자택일의 기로

미중 신 냉전의 강한 기류는 다른 국가들이 양다리를 걸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쿼드 회원국인 인도의 경우에도 중국과의 국경문제로 충돌을 하면서도 경제적 의존도(수입비중 약 14%)가 미국보다 두 배나 높아 신중한 자세를 취했었다. 게다가 인도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주체인 ‘상하이 협력기구’(SCO) 회원국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에 가입을 해 중국과 척을 지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다. 어찌 보면, 한국의 상황보다 더 난처한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국제정세임을 간파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점점 더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 유엔총회에 직접 참석해서 연설을 했던 문 대통령은 그 다음날 22일에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코로나19 정상회의’(화상으로 개최)에는 화상회의도 아닌, 사전 녹화영상으로 참여했다. UN총회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도 없었다. 바이든은 총회연설 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어느 때 보다, 중국을 향해 공세적 발언을 하며 동맹국들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있었던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피했던 바이든이다.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다시금 강력히 촉구했다. 그 도를 넘어, 남북미, 남북미중의 3자/4자가 모여서 종전을 선언하자고 미국을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주민 삶의 개선’을 강조하면서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다시금, ‘선 비핵화 후 종전선언’을 천명한 것이다. 최근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하며 다시금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무조건 ‘선 종전선언’을 외친 것이다. 양 정상의 북한문제 접근방식에 큰 시각 차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앞에 양국의 갈등국면이 그대로 노출되고 말았다.

필자가 볼 때는 문 대통령의 연설에서 바이든의 심기를 크게 건드린 것은 바로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발언이다. 여기에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이 포함된다. 아니, 중국이 주도하는 협력체다. 비록, 문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작년 유엔총회 화상연설(9.22)에서는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가 ‘동북아 안보협력체’로 전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동북아 안보협력체’는 쿼드와는 반대급부로 중국에 편승하겠다는 분명한 입장 표명이었다. 그런데, 이번 문대통령의 연설을 볼 때, 그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작금의 국제정세는 기존의 ‘안보협력은 미국, 중국과는 경제 파트너’ 이러한 상황이 아니다. 분명히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한미동맹은 튼튼하다고 너무나 안심하고 있다. 식자들도 이점에서는 마찬가지다. 한미동맹의 위기를 말하면 정세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치부한다. “한미동맹은 영원하다”라고 핏대를 세운다. 하지만, 필자는 한미동맹이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

미 바이든 행정부, 패권전쟁에 올인

미중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경쟁, 패권싸움에 전력을 쏟으며 집중할 것이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에서의 “격하게 경쟁할 것이다”가 이를 대변해 준다. 또한, 동맹, 우방국들의 협력을 요청했지만, 이는 양자택일을 잘 하라는 싸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뿐만 아니라 함께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미국외교협회(CFR)초청 대담회에서 ‘냉전시대 사고방식’을 운운하며 한미동맹은 한국외교의 중심축이고 중국은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고 했다. 과거에는 몰라도 현 신 냉전 체제에서는 통하지 않는 얘기다. 미중 신냉전을 제대로 읽지 못해서가 아니라 미국에 붙지 않으려는 속내다. 그의 “중국이 경제적으로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공세적 외교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발언에서 여전히 중국에 많이 기울어있는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필자는 이런 점이 심히 우려스럽다. 정세(사태)파악을 하고 우회할 수도 있는데, 무조건 직진을 고집하는 문 정부로 인해 국가안보가 위태롭게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우리는 미국의 아프간 철수(8.31)를 보면서 다시금 미국이 얼마나 패권경쟁을 가장 우위에 두는지 알아 차려야 한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미국이 아프간을 철수한 이유를 중국과의 패권전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미 국방성도 미군의 아프간 철수에 따라 미군이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대해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발표를 했었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에 있어 중국변수가 가장 크게 작용되었음을 알게 해준다. 중국 스스로도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 정부가 중국 신장 위그르 자치구 내 이슬람 분리주의자들과의 연계성에 대해 크게 우려를 표하며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비난했었다. 미국이 중국과 아프간 탈레반 정부와의 갈등의 불씨를 남긴 것이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이처럼, 중국과의 패권전쟁을 최우선으로 해서 미국은 외교정책을 진행하고 있고 그 결과 아프간 정부를 포기한 것이다. 이전 아프간 정부에게는 양자택일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지만, 한국은 아직 그 기회가 날라 가지 않았다. 미국은 쿼드뿐만 아니라 지난 9월15일에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영국, 호주 3국 간 새로운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를 출범시켰다. 이처럼,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전쟁에 올인하고 있다.

‘안보는 미국이요, 경제는 중국이요’라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하는 문재인 정부가 답답하지만,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너무나 잘 알면서도 미국보다는 중국에 편승하려는 고집이 참으로 위태롭다.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을 정말 곱씹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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