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중앙대학 학생들, 이달 1일부터 군중시위 행사준비 동원

18일부터는 강의도 주말도 없이 온종일 연습…2018년 9·9절 행사 총괄했던 성원들이 지도 맡아

지난 2018년 북한 정권수립(9·9절) 70주년 당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 및 군중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을 앞두고 평양 중앙대학 학생들이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될 기념일 군중시위(민간 퍼레이드) 행사 연습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당국은 오는 18일부터 대학 강의를 전면 중단하고 학생들을 온종일 행사 연습에 동원할 예정이라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이달 1일부터 중앙대학 학생들의 당 창건 75돌 행사 연습이 시작됐다”며 “대학별로 김일성광장과 잇닿은 평양시 중구역 대통로들의 공지(공터)에서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75주년으로 정주년을 맞는 당 창건일에는 약 10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가 김일성광장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중앙대학 학생들은 이번 행사에서 시위행진 종대와 김일성광장 바닥 배경대(메스게임) 등에 동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대학생들은 오전에만 강의를 듣고 점심 이후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대학별로 자체 행사 연습에 나서고 있다. 학생들은 저마다 규정 복장을 착용하고 당 마크가 새겨진 깃발과 오색꽃다발, 북 등을 준비해와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금 대학생들은 코피 터지면서 강의도 듣고 군중시위 연습도 하는 중”이라며 “연습이 끝나고 집이나 기숙사에 돌아가면 밤 10~11시가 되니 그다음 날 오전 강의시간에 힘들어 졸다가 지적을 받는 학생들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강의와 연습을 병행하는 방식은 16일까지만 진행되며, 17일은 오전 강의만 하고 휴식한 뒤 18일부터는 강의도 주말도 없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김일성광장에서 ‘총관통훈련’이 진행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현재 행사 연습에 동원된 대학생들은 살인적인 일정에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행사 당일 넘어지거나 발을 헛디디는 등의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졸업반 학생들은 학술논문을 비롯해 졸업 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행사준비에 동원되고 있는 형편이라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졸업반 학생들은 이번 행사준비에 동원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다른 대학의 졸업반 학생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한다.

실제 소식통은 “앞서 중앙당과 내각 교육성은 김일성대와 김책공대에 ‘1~2학년 학생들 위주로 행사준비에 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김일성대나 김책공대 졸업반 애들은 중앙당 간부사업(인사) 대상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졸업 준비를 할 수 있게 보장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각 대학의 정치조직들은 매일 행사 연습 시에 “대학생들은 어머니당의 창건기념 75돌 행사 훈련에서 절세의 위인들께 삼가드리는 다함 없는 충성의 마음을 남김없이 발휘해야 한다”, “어머니당의 명절을 성대히 장식하는 최대의 행사임을 자각하고 양심껏 훈련에 잘 참가하라”는 등 사상 교양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대학생들은 매주 생활총화 시 이 같은 사상 교양의 내용을 중점으로 두고 자기비판, 호상(상호)비판도 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올해 10월 10일에 있을 평양시 군중시위 총괄지도는 지난 2018년 북한 정권수립일(9·9절) 70주년 당시 평양시 군중시위 행사를 담당했던 이들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원래는 당 창건 70돌(2015년) 때 성원들이 이번 행사를 맡아야 했는데 9·9절 70돌 행사 때가 더 나았다는 평가가 있어 김여정 동지의 지시에 따라 당시 평양시 군중시위를 주관했던 중앙당 행사과와 평양시당 선전선동 실무일꾼들로 총괄행사분과가 발족했다”고 전했다.

현재 대학생뿐만 아니라 평양시민들도 시위 행사준비에 동원되고 있는데 시민들은 최고지도자가 참석할 행사이니만큼 비교적 성의껏 연습에 임하고 있고, 생계 때문에 시장 등에 나가야 하는 시민들 역시도 국가적 행사에 불참하겠다고 하면 정치적 문제로 해석되니 별수 없이 연습에 나서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