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김정은 유훈통치와 김일성·김정일 영생론의 법제화

북한 금수산태양궁전
북한 평양 대성구역에 위치한 금수산태양궁전 내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동상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정권의 주요통치수단의 하나는 바로 김일성-김정일의 영생론이다. 이것이야말로, 북한의 유훈통치를 가장 설명해 주는 논리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 영생론을 이론에 그치지 않고 법제화하였다. 즉, 북한 헌법을 개정하여 이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금수산태양궁전법’이자 ‘수령영생법전’이다. 2019년 4월에 개정된 헌법 서문에서도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의 위대한 사상과 령도업적은 조선혁명의 만년재보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륭성번영을 위한 기본담보이며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생전의 모습으로 계시는 금수산태양궁전은 수령영생의 대기념비이며 전체 조선민족의 존엄의 상징이고 영원한 성지이다.”

위 내용, ‘생전의 모습으로 계시는’에서 알 수 있듯이 금수산태양궁전에는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안치되어 있다. 이 두 장소를 ‘영생홀’이라고 부른다. 또 두 선대 지도자들의 입상(立像)을 밀납으로 만들어 세워둔 장소가 있는데 이곳은 방문객들이 지도자들의 과거를 추억하며 기념하는 장소가 아니라 실존하고 있는 지도자들을 알현하는 장소로 인지화되어지는 곳이다. ‘수령영생법전’은 이 두 지도자들을 어떻게 잘 모셔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로 쉽게 바꾸지 못하게 헌법을 개정하여 법제화시켰다.

금수산태양궁전법(수령영생법전)이 북한헌법에 처음 채택된 것은 2014년 헌법개정에서다. 이 법을 헌법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2013년 4월 1일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7차회의에서다. 이 사안을 처음 입에 올린 장본인은 김정은이다. 바로 전날인 3월31일에 개최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3월 전원회의에서다. 이것은 다음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금수산태양궁전법을 채택함에 대하여’라는 핵심의제가 되었다. 최고인민회의가 열리기 전 김정은과 모든 대의원들은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여 김일성-김정일을 알현하였다.

최고인민회의에서 이 안건 채택에 대한 보고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직접하였다. 당시 노동신문은 4월 2일자에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안과 금수산태양궁전법을 채택함에 대한 보고’ 라는 제목으로 김영남이 보고서 전체 내용을 실었다. 그 보고서 안에 ‘수령영생법전’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게 된다.

참으로 금수산태양궁전법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정력적인 지도 밑에 제정되는 세상에 유일무이한 수령영생의 법전이며 수령영생의 법적무기를 가지게 된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더없는 영광입니다.”

금수산태양궁전법이 곧 수령영생법전임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노동신문은 김영남의 이 보고서를 인용하여 4월 13자에 ‘세상에 유일무이한 수령영생법전’이라는 타이틀로 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노동신문은 4월 2일자에는 김영남의 보고뿐만 아니라 각 기관 대표들의 토론내용도 전면 공개하였다. 조선로동당을 대표해서 김기남 당 중앙위 비서가, 조선인민군을 대표해서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청년학생들을 대표해서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중앙위 위원장인 전용남이 토론하였다. 세 명의 토론자들은 태양궁전법을 심의채택하는 데 대하여 전폭적인 지지와 찬동을 보냈다. 그들은 “금수산태양궁전이 대원수님들과 인민의 혈연의 정을 뜨겁게 이어주는 영원한 태양의 성지”라고 강조하였다. 그들 모두는 금수산태양궁전법은 김정은이 내세운 법으로서 북한역사상 가장 특기할만한 불멸의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 이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모두의 만장일치로 이 법안은 통과되었고 2014년 헌법개정시에 서문에 이 내용이 포함되었다.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고 있는 모습. 해당 사진은 2018년 12월 18일 노동신문에 실렸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그렇다면, 수령영생법전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 노동신문을 비롯해서 북한 문헌에서 관련 내용을 찾기는 어려웠다. 다만 이 법안이 채택된 때 김영남의 보고서에서 그 내용이 어떤지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다. 김영남이 보고서(노동신문 2013년 4월 2일자) 내용을 종합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이 5가지로 크게 규정되어진 것 같다.

첫째, 태양의 성지인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는 이들이 김일성-김정일을 어떻게 알현해야 하는 가에 대한 가이드 라인(질서 규정으로 표기)이 설정.

둘째, 금수산태양궁전 보호, 관리를 위하여 금수산태양궁전 특별보호구역을 설정(궁전의 건물과 공원, 수목원, 야외불장식, 조명시설과 궁전광장과 공원의 운영질서들을 규정).

셋째, 금수산태양궁전의 사업조건을 최우선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모든 기관, 기업소, 단체의 숭고한 의무라는 규정.

넷째, 금수산태양궁전에 필요한 전력, 설비, 자재, 물자를 최우선대상으로 따로 계획화하고 어김없이 보장할 데에 대한 내용.

다섯째, 해당기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의 보위와 영구보존, 관리운영조건보장정형을 정상적으로 엄격히 감독통제할 데 대한 의무 규정.

위의 규정이 들어간 ‘수령영생법전’은 2013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되었고 다음 해인 2014년에 북한이 헌법을 개정하면서 헌법 서문에 포함되었다. 지난 4월(2019년) 북한은 다시한번 헌법을 개정하였는데, 이 수령영생법전은 여전히 서문에 포함되었다. 2014년보다는 좀 더 그 강도가 높게 표기되었다. 위의 다섯 가지 규정들을 더욱 철저하게 관철시키겠다는 의지이다. 아무리 살림이 쪼그라들어도 이 수령영생법전의 규정만큼은 철저히 실행하겠다는 결의이다. 고난의 행군시기처럼 수백만의 인민이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수령영생궁전 만큼은 철저히 보위하겠다는 맹약이다.

필자는 지난 4월 개정된 북한의 헌법을 보면서 김정은이 비정상적에서 정상적 지도자의 행보로 선회했다고 평가하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묻고 싶어졌다. 김일성-김정일 영생론을 담보로 하는 수령영생법전이 헌법에 포함되어 있는 나라가 정상적 국가인가. 또 이 수령영생법전을 자신의 통치수단으로 기꺼이 활용하여 수령옹위, 수령영생위업실현을 위해 북한인민들이 억세게 틀어쥐어야 할 보검이라고 현혹시키는 김정은을 과연, 정상적인 지도자라 할 수 있는가.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