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발생한 위조달러 사건으로 대형 마약범죄 드러나 ‘발칵’

옥류교
평양 옥류교. / 사진=조선의 오늘 홈페이지 캡처

최근 북한 평양에서 위조달러 사건을 통해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대형 마약범죄가 드러나 큰 파문이 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지난 7월 마약범죄방지법이 생기면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가 마약도 취급하기 시작하자 사회안전성 마약국이 경쟁적으로 성과를 올리겠다면서 갑자기 마약 장사꾼들을 잡는 데 혈안이 됐다”며 “그러다 우연한 일로 마약 왕초(제조업자)를 잡아들였는데 거기에 중앙당 간부들이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 큰 사건으로 번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회안전성은 최근 평양에서 발생한 위조달러, 일명 ‘가딸라’ 사건의 범인을 잡아 조사하던 중 그가 마약 운반 및 수금 총책으로 활동해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이번 사안이 마약범죄 사건으로 확대되면서 평양의 마약 제조업자를 비롯해 관련자들이 줄줄이 붙잡히는 상황이 전개됐다.

소식통이 전한 이번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평양의 마약 제조업자인 30대 초반의 남성 김모(가명) 씨에게서 마약을 받아 운반하고 수금하는 일을 해오던 20대 후반 남성 리모(가명) 씨는 지난 7월 말 마약 거래 대금 1800달러를 위조지폐로 받고도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김 씨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이를 건네받자마자 단번에 위조지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100달러짜리는 없고 순 50달러, 20달러, 10달러짜리 잔돈만 가득했던 데다 심지어 흔치 않은 2달러짜리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김 씨는 “이거 그대로 가져가서 진짜 돈으로 가져와라. 대신 내가 절반(900달러)만 받겠다”면서 운반 및 수금책 리 씨를 돌려보냈다.

이후 리 씨는 평양 시내 온 시장을 돌면서 상인들이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하는 파장 시간이나 나이 든 주민이 앉아 있는 야간 매대를 노리고 위조달러로 물건을 마구 사들였다. 리 씨가 주로 구매한 물품은 담배, 고급술, 비싼 옷, 조미료 등 되팔아서 돈이 될 수 있을 만한 것들이었다.

리 씨는 그렇게 위조달러로 사들인 물건을 되팔아 끝내 900달러를 채워 김 씨에게 가져다줬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 시장에서는 위조지폐로 피해를 봤다는 상인들의 신고가 속출했다. 이에 시장 주재 안전원들은 상부 안전부에 상황을 보고했고, 평양에는 일주일간 ‘가딸라 피해가 발생하면 적극 신고하라’는 포치가 내려졌다.

그러다 평천구역 간이매대의 한 노인이 위조달러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출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이 노인은 얼마 전 물건을 사러 온 한 남성이 돈 뭉텅이에서 달러 한 장을 빼서 주는 것을 수상쩍게 여기고 슬쩍 휴대전화로 그를 사진 찍고, 그가 낸 달러를 봉지 안에 담아 놓고 쓰지 않고 있던 것이다.

안전부는 이 노인이 찍은 휴대전화 사진으로 몽타주를 만들고, 봉지 안에 있던 달러에 찍힌 지문으로 수사망을 좁혀 결국 8월 초 용의자 리 씨를 체포했다. 안전부는 붙잡힌 리 씨를 상대로 위조달러의 출처와 이를 사용하게 된 배경을 조사하다 그가 불법 마약 거래 가담자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로써 이 일은 마약범죄 사건으로 비화했다.

가뜩이나 성과에 목말라 있던 안전성 마약국은 리 씨의 진술을 토대로 평양 사동구역 송신2동에 있는 마약 왕초 김 씨의 집을 들이쳤고, 그의 단층집 지하 굴에 마약을 제조하는 실험실을 발견해 현행범으로 김 씨와 그의 동거녀 박모(가명) 씨를 붙잡았다.

평양 사람인 김 씨는 평안남도 숙천의 지방 사람인 박 씨를 몰래 평양에 데려와 5년째 동거 중이었는데, 국경일 등에 진행되는 평양시 미거주자 검열 때마다 문제가 생기자 어떻게 하면 단속 걱정 없이 박 씨를 평양에서 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마약 제조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2만 달러를 주면 박 씨를 평양에 거주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안전성 8국(주민등록국)의 말에 먼 친척에게서 마약 제조 기술을 전수받아 3년여간 마약을 제조해 팔아 돈을 벌고 이를 뇌물로 바쳐오다 결국 걸려들게 된 것이었다.

최근 북한 평양에서 위조달러 사건을 통해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대형 마약범죄가 드러나 큰 파문이 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데일리NK/그래픽=데일리NK

그런데 김 씨와 함께 붙잡힌 동거녀 박 씨의 입을 통해 중앙당 간부들이 마약을 외상으로 사 갔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사건은 더 크게 번졌다. 이후 안전성 마약국은 외상으로 마약을 구매한 이들이 암어로 적혀 있는 명단을 확보하고, 중앙당 간부들을 대신해 중간에서 움직이는 무역회사 사장 최모(가명) 씨까지 잡아들였다.

무역회사 사장 최 씨는 금광을 운영하며 외화벌이를 해 중앙당 조직지도부에 당 자금을 바치는 인물로, 당 조직부는 물론이고 국가보위성과도 연계돼 있었다.

이런 가운데 안전성은 8국이 마약 제조업자에게서 돈을 받는 등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안전성 내부가 쑥대밭이 될 수 있는 일이라 판단하고 일단 이 사안을 조용히 중앙당에 보고했다.

이후 중앙당 부장급 이상 강연회와 국가보위성 부장급 이상 강연회에서는 이번 마약범죄 사건이 다뤄졌고, 이와 연관된 간부들이 자수하면 감형해주거나 죄를 면해주겠다는 언급이 나왔다는 전언이다. 다만 현재까지 자수한 간부들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달 초순 중앙당 간부들의 마약 운반책인 무역회사 사장 최 씨는 안전성에서 중앙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로 넘겨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 사건을 아는 평양 사람들은 이 일이 중앙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로 넘어갔다면 사안을 굉장히 세게 다루려는 것 아니겠냐고 말하고 있는데, 알만한 간부들 속에서는 마약범죄에 연루된 중앙당 간부들을 살리려 무역회사 사장을 꼬리 자르기 하려는 수순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불법 마약 거래에 관한 간부들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최 씨 한 사람 때문에 간부들이 줄줄이 처벌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중앙에서 손을 써 문제가 생기지 않게 그를 조용히 처리하려는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