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최초 지역구 국회의원 탄생할까…강남 기대·우려 ‘공존’

태구민(태영호) 후보 선거유세 현장서 시민들 응원 이어져…지역 대표성 의문은 여전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국회의원 후보가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태영호 파이팅!”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여 앞둔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개나리아파트사거리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힘내세요’, ‘파이팅’이라는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다.

탈북민 출신으로 첫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있는 태 후보는 이날 미래통합당의 당색인 이른바 ‘해피핑크’색 점퍼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으로 유세 차량에 올랐다. 그는 연신 두 팔을 번쩍 들어 흔들거나 허리를 굽혀 인사했고, 그런 그에게 시민들은 미소로 화답했다.

유세 차량 옆을 지나던 일부 시민들은 태 후보를 향해 힘내라는 의미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하고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기도, 박수를 치며 호응하기도 했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대기하던 중에 창문을 내리고 엄지를 치켜들거나 ‘빵빵’ 경적을 울리면서 웃으며 손을 흔드는 운전자들도 있었다.

타고 있던 전동킥보드를 멈춰 세우고 주머니 속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태 후보의 모습을 사진에 담던 전모(여, 38) 씨는 “우리 지역구에 나오셨다고 해서 궁금했는데 이렇게 뵙게될 줄 몰랐다”며 반가워했다.

이어 전 씨는 “북한에서의 경력도 경력이지 않나.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계신 걸로 아는데 아무래도 그런 경험들이 있으시니 우리나라 현실 정치에도 잘 반영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국회의원 후보가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중 길가던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태 후보가 출마한 강남갑 지역은 이번 4·15 총선의 주요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힌다. 15대 총선 때부터 민주당 계열의 후보가 당선된 적 없는 일명 ‘보수의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유력한 경쟁 상대가 관록의 4선 정치인 김성곤 더불어민주당 후보라는 점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태 후보는 부동산·경제 이슈에 민감한 강남 지역의 민심을 잡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내세우며 주택 보유자들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감면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아울러 안보에 관심이 많은 보수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차원에서 자신의 전문분야인 대북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실제 이날 유세 현장에서 태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이 들고 있는 팻말에는 ‘살리자 경제’ ’못 살겠다 세금폭탄‘ ‘지키자 대한민국’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특히 김정은 정권과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랄히 비판하는 그의 스탠스는 이 지역 주민들과도 일부분 통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태 후보에게 다가와 주먹을 맞대며 반가움을 표하던 이모(여, 70대) 씨는 “일단 반공의식이 투철하다는 점에서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태 후보의 지역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논현동에 거주하는 최모(남, 30대) 씨는 “처음 뉴스를 보고 신선하다고 생각했고, 탈북민이라고 해서 딱히 거부감이 들거나 하진 않았다”면서도 “그런데 솔직히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정말 잘 아는 건지, 주민들을 대신해서 일을 잘 해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역삼동 거주 20대 여성 역시 “그분(태 후보)도 남한 사람이니까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상관없다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과연 이해할까라는 생각은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여성은 “북한에서 높은 지위에 있었고 기득권층이었는데, 그런 분이 과연 정치를 했을 때 서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 국회에서 피력해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국회의원 후보가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지난 2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의 영입 인재로 발탁된 태 후보는 우선추천으로 보수세가 강한 강남갑 지역구에 공천된 뒤 출신과 자격을 둘러싼 논란을 겪었다. 그는 이 같은 논란에도 “자유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당당히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통일 한국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정면으로 맞서며 선거운동에 매진해왔다.

그래서일까. 주민 반응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는 그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날 태 후보는 “처음에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과연 해낼까라며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던 것 같은데 열심히 다니는 모습에 감동했는지 주민들이 점점 다가온다는 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이번에는 2번 찍을 거니까 걱정마세요’라면서 많이 호응해주셔서 날이 가면 갈수록 더욱 힘이 난다”고 말했다.

지역 유권자들의 기대와 우려 속에서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는 태구민(태영호) 후보. 그가 최초의 탈북민 출신 지역구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