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9월 28일~10월 10일’ 북한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김정은 전원회의_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북한 조선중앙TV에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찬양과 우상화 내용이 방송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 초부터 조선중앙TV의 20시 보도(북한도 메인뉴스는 8시 뉴스이다)에 다소 특이한 점이 관찰되고 있다. 조선중앙TV가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현지지도한 장소들을 하나씩하나씩 되돌아보며 김 위원장의 ‘영도 업적’을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시작은 김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 이틀 뒤인 1월 10일부터이다. 이날 조선중앙TV는 20시 보도에서 원산군민발전소를 찾아 김정은 위원장의 ‘불멸의 영도 업적’을 되새기는 발전소 전력생산자들의 얘기를 방송했다. 원산군민발전소는 김 위원장이 2016년 12월 방문했던 곳이다. 다음날인 1월 11일에는 김 위원장이 2018년 1월 방문했던 국가과학원을 찾았다. 역시 김 위원장의 ‘불멸의 업적’을 되새기는 직원들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후로도 비슷한 보도는 이어졌다. 1월 12일에는 평양체육관, 1월 13일에는 평양치과위생용품 공장을 찾아 김 위원장의 영도 업적이 홍보됐다. 평양체육관은 2013년 10월, 평양치과위생용품 공장은 2017년 6월 김정은이 방문했던 곳이다.

1월 14일 20시 보도부터는 ‘위대한 령도(영도) 불멸의 업적’이라는 미니 타이틀이 붙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했거나 영도 업적을 되새길만한 장소를 방문해 김정은의 업적을 찬양하는 일종의 보도 시리즈이다. 1월 14일에는 과학기술전당, 1월 15일에는 청년운동사적관이 선택됐고, 이러한 ‘위대한 령도(영도) 불멸의 업적’ 시리즈는 지금까지 거의 매일 방송되고 있다.

‘보도 시리즈’는 의도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

정규 보도 프로그램에서 미니 타이틀을 부여하고 비슷한 종류의 보도를 이어가는 것은 그러한 보도를 통해 의도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남한의 방송 뉴스에서도 ‘교통신호를 잘 지킵시다’라든가 ‘음주문화를 바꿉시다’처럼 특정한 의도 하에 관련 보도 시리즈를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하물며 북한이 김정은의 그동안의 현지지도 업적을 메인뉴스를 통해 거의 매일 되짚어본다면 의도가 없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지금 무엇인가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메인 뉴스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시기 집권 업적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보는 이유는 뭘까? 올해가 갖는 특성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올해가 김 위원장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올해는 김 위원장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김 위원장은 2010년 9월 28일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9월 28일이면 등장 10주년을 맞게 되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5년 주기, 10년 주기의 기념일을 이른바 ‘꺾어지는 해’라고 해서 크게 기념하는데, 최고영도자가 대중 앞에 등장한 지 10주년이 되는 올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올해 초부터 김정은의 지난 업적을 되돌아보는 보도 시리즈물을 줄기차게 방송하는 것은 김정은 등장 10주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에게는 올해 그냥 지나갈 수 없는 행사가 또 있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이다. 올해 노동당 창건일은 75주년으로 이 또한 ‘꺾어지는 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규모 행사가 불가피하다. 북한은 이미 여러 계기에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강조해 오고 있다.

‘9월 28일∽10월 10일’ 주목해야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북한에게 있어 올해 9월 28일∽10월 10일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짐작해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 등장 10년을 기념하면서 그동안의 업적과 함께 지금의 리더십을 과시할 시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과의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상태에서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성과물은 대내역량을 동원한 것일 수 밖에 없다. 대내 건설역량을 동원해 눈에 보이는 대규모 건설 성과를 과시하거나, 잘 확인되지도 않는 각종 생산목표 달성이 매체들을 통해 선전될 수 있다. 또, 북한 전역에 걸쳐 대규모 기념행사도 개최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김정은의 지난해 백두산 구상에서부터 비롯된 정면돌파전의 한 축에는 핵억제력이 자리잡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말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곧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실제 행동에 나설 지는 전략무기의 개발 수준과 국제정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올 한해 한반도 정세의 최대 분기점은 9월 28일∽10월 10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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