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서 정화되지 않은 공장 폐수 유출… “하천·바다 오염 우려”

청진화학섬유공장
청진화학섬유공장 위성사진. / 사진=구글 지도 캡처

최근 북한 함경북도 청진에서 공장 폐수가 그대로 방류돼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청진화학섬유공장 정화장이 2018년에 건설됐음에도 폐수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정화되지 않은 폐수가 방류돼 하천과 바다가 오염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함경북도 청진화학섬유공장 보일러 기술 개건(개선)과 폐수 정화장이 건설 중이라고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이 보도한 바 있다. 당국도 상하수도와 정화시설이 낙후해 하천의 수질이 좋지 못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문제는 당국이 건설 현장에서 ‘속도전’을 지속 강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즉, 2017년 건설을 시작한 폐수 정화장이 빠르게 완공됐지만, 날림공사로 인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시설완공 기간을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하면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정수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무리하게 ‘속도전’을 벌인 후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화장을 만들어 환경오염을 방지한다더니 오히려 이전보다 폐수가 더 나오는 것 같다”고 “공장 인근 수성천은 냄새가 너무 심해 주민들 사이에서 ‘똥 천(川)’이라고 불린다”고 말했다.

여기서 ‘속도전’은 최단기간 최대 성과를 내려는 북한 특유의 사업 추진 방식으로,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만리마 속도’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대(先代) 때의 ‘천리마’ 보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또한 하노이 노딜 이후 ‘자력갱생’을 통한 국가발전을 내걸면서 지속적으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은 22일 “모든 일군(일꾼)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만리마속도 창조운동의 영웅적 위훈을 창조해나감으로써 주체조선(북한)의 강용한 기상을 힘있게 떨쳐야 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속도전은 건설 현장에서 지나친 공기 단축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부실공사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황해남도서 농촌문화주택 ‘와르르’… “속도전 강조하더니…”)

아울러 이번 사례처럼 보건의료 환경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진화학섬유공장은 북한 최대의 인견펄프 생산공장으로 연간 수만 톤의 섬유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서 나오는 폐수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고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된다면 주민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호식 한국교통대 교수는 “(청친화학섬유공장에서 주로 생산하는) 인견펄프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수는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렇지만 주민들이 하천으로 유입된 폐수를 음용한다면 일반 정상적인 하천의 주변 주민들보다는 분명 건강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인견 펄프는 목재에서 나오는 천연섬유이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폐수에 치명적인 화학 물질이 포함되지는 않지만, 신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섬유공장의 정수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이 교수는 “상당수의 국가에서 국민소득이 1만불 이전에는 환경이나 하수나 관리나 소홀하고 시행착오를 겪는데, 북한 역시 이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하수도, 정수시설 관련 문제는 주민들의 건강에 직결된 만큼 민간차원의 교류 협력으로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