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황해남도 송화군과 배천군 등 농촌지역에 새로 건설된 문화주택(후생시설을 갖춘 농촌살림집)이 무너져 많은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주택이 붕괴해 피해를 낸 것은 이른바 ‘속도전식’ 공사에 원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황해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설(양력) 즈음에 마을의 20~30%정도 되는 가구에서 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번 주택 붕괴 사고에서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다치거나 피해를 본 주민들이 1~2월 추운 겨울에 한데에 나앉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특히 그는 “지난해 여름 농촌문화혁명(농촌의 낡은 면모를 없애고 생활문화 수준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개건사업)을 한다면서 군(郡)내 기관기업소들이 멀쩡한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어주었는데 ‘만리마 속도’로 집을 짓다보니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시일 내 완공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무리한 ‘속도전식’ 건설이 부실공사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실제 문화주택 건설 당시 당국이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채 마르지도 않은 토피(흙벽돌)로 벽을 쌓아 올렸다고 한다. 겨울이 되자 내부와 외부의 온도차가 발생하면서 토피벽이 갈라지는 균열 현상이 나타났고, 이것이 곧 붕괴로 이어진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한 규정대로 목재를 넣지 않아 기와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한 지붕이 무너지는 현상이나 날림식 온돌 공사와 어설픈 콘크리트 미장으로 바닥이 갈라지는 현상 등 문화주택이 건설된 마을에서 ‘만리마 속도’의 폐단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부실공사에 따른 피해가 이어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주민들은 이번 사고를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라고 하면서 ‘천리마도 어지러워 못 탔는데 만리마가 돌아치니 살 수가 없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